[부산경제 재도약] 대선주조, 소주 이름 '예'로 바꾸니 불티…회생 마케팅 본격화

입력 2013-11-01 06:58  

[ 김태현 기자 ] 지난 30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의 대선주조 기장공장. 최신 자동화설비와 위생공정을 갖춰 2008년에 준공된 이 공장에 들어서니 최근 ‘즐거워예’에서 ‘예’로 이름을 바꾼 소주가 생산라인을 타고 줄을 이어 나오고 있었다. 김일규 홍보기획 상무는 “발음하기 쉽고 부산 특유의 정겨운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저도 소주의 이름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월까지 ‘예’ 소주가 월 80만병 판매됐으나 3월 100만병을 돌파한 데 이어 10월에는 120만병을 돌파하는 등 판매량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부산 소주시장 점유율은 대선주조가 30%, ‘좋은데이’를 선보이면서 진출한 경남의 무학이 70%를 차지한다. 부산 소주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던 대선주조가 추락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서울 자본 인수 후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회사를 매각한 데 따른 것이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데…”라며 분노한 부산시민들은 대선주조에서 만든 소주를 외면했고, 이 틈을 이용해 무학이 부산시장을 공략, 시민의 입맛을 사로잡아버렸다.

대선주조는 향토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전열을 가다듬고 회생을 위한 마케팅에 본격 나섰다. 우선 전 임직원이 매일 퇴근 후 부산 전역을 돌며 거리청소를 하고 식당에서 창문·불판 닦기, 설거지, 손님 구두닦기 봉사 등을 펼치고 있다. 이 행사에 임직원 1000여명이 매월 한 번은 참석한다. 전국 최초로 두 차례의 ‘예 소주 라벨 공모전’을 통해 소비자가 만든 5개 작품을 병 라벨로 사용해 부산시민이 만드는 부산소주라는 인식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국 최초로 시도된 ‘프로슈머 이벤트’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표적 내용인 ‘고래의 꿈’은 바다도시 부산을 수채화로 표현했고, ‘부산, 즐겁지 아니한가?’는 광안대교 전경을 한지에 먹으로 표현한 한국화다.

대선주조는 수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초 일본에 4L들이 시원소주를 수출한 데 이어 2만4000병의 ‘예’와 ‘시원’을 호주에 수출했다. 대선주조는 미국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9개국에 연간 5억원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저도주인 ‘예’ 수출은 중국, 캄보디아에 이어 호주가 세 번째다.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2005년 100억원 출자 목표로 부산지역에서 처음 만든 시원공익재단을 기반으로 장학, 무료급식, 취업지원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부산불꽃축제에 메인 후원업체로 참가해 올해까지 13억원을 지원했다. 해마다 ‘대한민국 기업사랑 음악회’도 개최해 지역민을 위한 문화활동도 펼치고 있다. 2011년 9월부터는 소주 한 병을 판매할 때마다 10원을 적립해 사회공헌기금 100억원을 조성하고 있다. 박진배 대선주조 사장은 “‘예’ ‘시원’ 소주는 최근 부산시가 추진하는 100년 후 개봉될 ‘희망부산 100년 타임캡슐’의 수장품으로 선정돼 부산시민공원에 묻혔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부산 시장을 회복할 수 있는 전략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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