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총장님이 달라졌어요"… SNS이벤트에 주먹밥 빚는 대학 총장들

입력 2013-11-01 10:26   수정 2013-11-01 13:49

학생과 스킨십·소통 강조… "대학4년 다녀도 총장 몰라" 이젠 옛말


근엄한 대학 총장님들이 달라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번개팅'을 제안하고, 앞치마를 두르고 손수 주먹밥을 빚어 먹여준다. 학생들과의 스킨십을 강조하는 총장들이 늘어나면서 "대학 4년 다녀도 총장이 누군지도 모른다"던 우스갯소리는 이제 옛말이 됐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대학 총장들의 트렌드는 '편한 총장' '자주 볼 수 있는 총장'이 됐다. 각종 평가나 대학구조조정 대비 행정 등 대학 운영은 기본이고, 이에 못지않게 대학 구성원에게 '소통형 총장'의 이미지를 얻는 것도 중요해졌다.

○ SNS 이벤트하고 친구 맺고… '힐링' 스킨십 초점

교육부 차관을 지낸 이종서 관동대 총장은 지난달 30일 간편한 아웃도어 차림으로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과 함께 학교 인근의 경포대 해변에서 시작해 가을의 강릉바우길을 걸으며 담소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과 함께 가을길을 걷는 아이디어도 학교 SNS를 통해 알렸다. 이 총장은 이틀 전 페이스북에 공지글을 올려 '가을힐링 번개팅'을 제안했다. 이 총장은 이날 SNS 이벤트글을 보고 신청한 학생 20명과 얘기를 나누며 산책한 뒤 간단한 식사도 함께 했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 5월에도 '피자 번개팅'을 마련해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총장님이 학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총장으로 손꼽힌다. '페이스북 친구'가 4000여 명에 달하는데 대부분 서강대 학생들이다. 평소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기와 친숙한 공대 교수로 학생들의 생일 축하부터 진로 고민까지 SNS를 적극 활용한 게 효과를 봤다.

유 총장은 "아마 제가 국내 대학 총장 가운데 SNS로 학생들과 가장 왕성하게 소통하는 총장일 것"이라며 "SNS를 열심히 하게 된 계기는 힐링인데 예상한 것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 "근엄한 모습은 NO" 앞치마 두르고 학생들 만나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지난달 21일 '총장표 주먹밥'을 선보였다. 여성 총장답게 손수 주먹밥을 빚어 캠퍼스에 차려놓고 학생들에게 직접 먹여주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도 외국인 학생들과 피자 파티를 열고 얘기를 나누는 등 자주 학생들과 만난다.

여대 특유의 아기자기한 문화에 황 총장 역시 '엄마 스킨십'을 발휘했다. 외국인 학생들과의 만남에선 '당신에게 숙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Sookmyung to you?)'를 묻는 메모지에 의견을 적어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사제 스킨십을 늘리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들"이라며 "앞으로 학생 참여형 프로그램을 늘리고 정례화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중간고사 기간 협력업체들의 기부로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한 한신대 학생 김진원 씨(신학과1)는 "총장님께서 시험 볼 때마다 잊지 않고 직접 간식을 챙겨줘 늘 감사하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학생들에게 샌드위치를 나눠준 채수일 총장도 "아침식사를 거른 학생들을 위해 부모의 마음으로 간식을 준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구대는 지난 2006년부터 '차 한 잔의 여유'란 이름의 행사를 열어왔다. 홍덕률 총장을 비롯해 학부모, 동문들, 신규 임용 교수 등이 주체가 돼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올해는 학교 주변의 음식점 대표들이 직접 간식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자리도 함께 마련됐다.

행사에 참여한 조성환 씨(50·남)는 "학교 인근에서 장사한 지 5년째로 이젠 학생들이 자식 같다"며 "마침 학생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쁜 마음으로 함께했다"고 전했다. 대구대생 배진아 씨(초등특수교육과2)도 "총장님부터 평소 가던 가게 사장님까지 직접 만날 수 있어 반갑고 친근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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