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거대 자유무역협정' TPP…세계 통상질서 재편되나

입력 2013-11-01 16:32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경제권이 동시다발적으로 ‘거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태평양 11개국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EU와는 TTIP(환대서양경제동반자협정)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한국 등 아시아 16개국은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로 맞서고 있다. 이 거대 FTA에 속한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80%를 차지한다. 3대 FTA가 모두 타결될 경우 세계 경제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는 이유다. FTA는 둘 또는 그 이상 나라가 상호 간 수출입 관세 및 시장 규제 등의 무역장벽을 제거하기로 약정하는 조약이다. 신FTA 삼국지를 방불케 하는 3대 FTA는 나라별 경쟁이 아닌 경제블록 간 경쟁을 불러올 것이고 세계 통상질서가 경제블록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美·亞太 12개국 다자간 FTA

TPP(Trans-Pacific Partnership)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경제블록이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 칠레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12개 국가가 참여한 자유무역협정인 것이다. 본래 TPP는 미국의 참여 없이 2002년 10월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3국이 멕시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간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협상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2008년이 돼서야 미국 부시 대통령이 참여 의사를 표명했고 현재 TPP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대한 연계 강화를 목적으로 미국 주도 아래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간 경제동반자 협정인 만큼 TPP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최종 타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농산물은 호주와 뉴질랜드가 관세 철폐에 찬성하고 있고 일본은 강력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는 품목에 따라 입장이 교차한다. 또한 외국 자본 투자에 대한 규제 철폐를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은 찬성하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개도국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협상 장기화를 막기 위해 서로 민감한 부분은 예외를 인정하는 등 협정의 개방 수준을 조정할 경우에는 극적 타결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 GDP의 80% 차지

TPP와 더불어 TTIP(미국과 EU의 FTA)와 RCEP(한·중 등 아시아 16개국 경제동반자협정)까지 이른바 ‘3대 FTA’의 등장으로 세계 경제는 ‘블록화 경쟁’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EU 등 선진경제권이 동시다발적으로 FTA 협상을 추진하면서 미국 유럽 아시아를 3대 축으로 하는 대규모 경제블록이 형성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010 대통령 통상의제(Trade Policy Agenda)에서 “TPP는 아태지역 경제 통합을 추진하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밝히며 TPP 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후 경기 침체와 실업률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수출 증대 방안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시아지역에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아시아지역과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대아시아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세계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3대 FTA 출범은 해당 국가들의 경제 성장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가별 추가적인 성장률을 보면 TPP의 경우 미국 0.2~0.4%포인트, 일본 등 참여국은 0.4~1.5%포인트, TTIP의 경우 EU 0.3~0.5%포인트, RCEP로 중국 등 참여국은 최대 1.8%포인트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캐나다·호주와 FTA 추진

한국은 현재 중국이 주도하는 RCEP만 참여하고 있고 미국 주도 아래 다자간 FTA인 TPP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한국 수출 중 3대 FTA 참여국 연수출 비중은 73%로, 2012년 중국은 한국 최대 수출국으로 1343억달러, 미국 585억달러, 일본 388억달러, 싱가포르 229억달러다. 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EU 등 주요 선진국이 참여한 TTP와 TTIP로 한·미 FTA와 한·EU FTA의 선점 효과가 감소하고 미국과 EU 시장에서 경쟁 심화를 우려한다.

최경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한국의 TPP 참여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려진 것이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TPP 참여국 가운데 한국이 FTA를 맺지 않은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와의 FTA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3개국과 FTA 추진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FTA망 확대를 위해서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대표적인 농축산물·원자재 수출국으로 한국의 수출 주력 상품인 자동차·전기제품 등의 수출액이 크지 않아 FTA를 체결하면 한국이 얻는 이득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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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서 FTA로…국제무역협정의 변천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후반, 브레턴우즈 회의 결과로 출범한 세계의 첫 관세무역 일반협정이 바로 GATT다. GATT에 참여한 국가는 모든 국가가 참여할 새로운 국제무역 협정을 의논했고 이런 협정 과정을 ‘라운드’라 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우루과이라운드 역시 GATT 협상의 결과다. 하지만 5차 딜론라운드 26개국, 6차 케네디라운드 62개국, 도쿄라운드 102개국으로 점차 GATT 참여 국가가 늘어나면서 국제무역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8차 우루과이라운드에서 GATT 체제에서 벗어나 국제무역기구 창설에 합의하면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다. WTO는 세계 무역 장벽을 낮추고 국가 간 무역을 보다 자유롭게 보장해주기 위한 국제기구다.

WTO는 다른 국제기구와 달리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에 대한 불공정 행위 등에 이의를 제기할 때 이를 중재하기 위한 강제적 규제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WTO 출범 후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경제력 등으로 우월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최소한의 무역 장벽만을 유지시켜 국제무역을 활성화시켰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가장 일반적 형태의 국가 간 국제무역 협정은 FTA(자유무역협정)로 협정국끼리 수출입 관세 등의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두 나라가 협정을 맺을 경우 양자 간 FTA라 하고 TPP, RCEP와 같이 다수의 나라가 협정할 경우 다자 간 FTA라 한다. FTA는 자유로운 상품 거래와 교류를 가능케 하는 장점이 있으나 자국 취약 산업의 붕괴나 많은 자본을 보유한 국가가 상대 나라의 문화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등 논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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