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누드 해변' 조성 바람직 할까요

입력 2013-11-01 17:14  

강원도가 누드 해변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는 동해안 여름해변의 차별화와 특성화를 위해 누드 해변을 도입, 2017년부터 시범 운영할 방침이라고 최근 밝혔다. 강원도는 2005년에도 누드 해변 개장을 추진하려다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추진하게 된 것이다.강원도에 따르면 3단계로 진행되는 누드 해변 추진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동해안 6개 시·군을 대상으로 누드 해변을 운영할 장소를 선정한다. 이어 2016년까지 누드 해변 개장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 후 2017년 시험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누드 해변 등장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런 무조건 반대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이제는 생각을 좀 바꿔도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누드 해변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이색 관광으로 피서객 더 모을 수 있어"

강원도가 이런 계획을 추진하는 이유는 동해안을 다른 해안과 차별화해서 피서객을 더 모을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누드 해변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외국에도 관광지를 중심으로 1300여개의 누드 해변이 있지만 커다란 부작용이나 불상사가 발생한 곳은 거의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제는 이색적인 관광 체험 코스로 한 곳 정도는 누드 해변이 들어선다고 해도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다는 견해다.

일부에서 몰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데 대해서는 외부의 무단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강원도의 주장이다.

네티즌 중 찬성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아이디 zzh**는 “자연 속에서 원초적인 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매우 이색적인 체험이 될 것 같다”며 휴가철에 특정 장소에서 한 번 체험해보는 정도라면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 KISGG는 “성에 대해 극히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는 게 한국인”이라며 “차라리 공개적인 장소에서 저런 원시체험을 해 보는 것을 꼭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가 있겠느냐”며 이색 관광이라는 측면에서 해볼 만한 시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를 들어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 jm9016이라는 네티즌은 “자기가 스스로 옷 벗고 자연 그대로 수영하겠다는 데 뭐가 문제인가”라며 지지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나체가 싫은 사람은 누드 해변에 오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잠시나마 자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만 오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반대…"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아직 시기상조"

아직은 국민 정서상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된 반대 이유다. 외국에 누드 해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에 있다고 무조건 국내로 들여와도 된다는 것은 국민들의 상식이나 정서를 무시한 행태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성범죄나 몰래카메라 등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며 반대하는 견해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미국의 유력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는 “한국 관광 당국자들의 창의력에는 두려움이 없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매체는 강원도의 계획에 대해 “바닷물이 따뜻해 인기가 좋은 서해안 해변에 몰리는 관광객들을 동해로 끌어오려는 의도”라며 “차가운 바닷물과 나체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당국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네티즌 중에도 반대 입장이 상당수 있다. 아이디 4028**은 “강원도만의 특색을 살려서 관광객을 유치할 생각을 해야지 우리의 정서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유럽에나 있을 법한 누드 해변을 개장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찜질방 등에서 불미스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아예 누드 비치를 만들어 놓으면 정말 볼썽사나운 일이 벌건 대낮에 생길 수도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네티즌 aigo88은 “누드 비치를 열면 강원도에 관광객이 늘기는커녕 그나마 있던 관광객마저 다 도망가고 말 것”이라며 외국 것이라고 모두 들여와도 좋다는 생각부터 잘못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생각하기

누드 해변은 분명 현재 한국 사람들의 평균적인 정서와는 좀 거리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외국 여행이라도 가서 누드 해변이나 남녀 혼탕이 있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호기심을 갖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외국의 이색 관광 장소라고 무조건 국내에도 이제 도입해도 좋다는 생각이 꼭 옳다고 볼 수는 없다.

반면 누드 해변이 있다고 온갖 문란한 행위와 도촬 등이 만연할 것이라고만 지레 생각하는 것 역시 다소 지나친 우려일 수도 있다. 외국의 누드 비치를 가보면 젊은 남녀보다는 다소 나이가 든 중장년들이 더 많은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남녀 혼탕 역시 다녀온 사람들의 말로는 젊은이들보다는 노년층이 더 많다고도 한다. 한국보다 훨씬 더 자유분방해 보이는 외국에서도 이런 장소에서 젊은이들이 노골적인 애정표현을 하는 경우는 좀체로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노골적 애정표현 등은 금지하는 누드 비치가 대부분이기도 하다. 우리 중에는 자신의 집이 아닌 자연 속에서 잠시나마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한 번쯤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사람도 적지 않을 수 있다.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지만 누드 해변을 조만간 허용하자는 쪽의 결론이 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직접 대면 인터뷰를 할 때는 반대한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익명의 조사에서는 ‘찬성’ 쪽이 더 많이 나오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묘한 이중성이 표현되는 대목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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