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광 기자 ]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1일 “재정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해 공무원연금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가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부채 비율이 급증하는 부실 공기업 임직원에겐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는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을 묻는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2009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했지만 그럼에도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 부총리는 공무원연금 적자에 대해 “2015년에 국민연금처럼 재정 재계산을 해보고 이에 따라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재계산 제도는 5년마다 연금 재정수지를 평가해 재정 균형이 유지되도록 급여 수준과 연금 보험료 등을 조정하는 장치다.
공무원연금은 매년 적자가 이어지면서 국민 세금으로 이를 메우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에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을 위해 지원하는 돈은 약 2조5000억원으로 올해(약 1조9000억원)보다 31%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7조6930억원이던 세금 지원 규모는 박근혜 정부 5년간 14조9934억원, 차기 정부 31조4742억원 등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2배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지급률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에는 “단순비교가 어렵다”며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율이 높고 퇴직금은 민간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부실 공기업 임직원에겐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공기업 평가 방식에서 재정 평가 항목을 강화해 실적이 저조한 공기업은 성과급 지급을 보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경영 평가 방식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도 다른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종합 평가를 잘 받아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부채 비율이 높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해 나갈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민영화를 추진했던 산업은행을 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은 공공기관 해제 이후 임원 임금을 10%가량 올려 비판받았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현 부총리가 지난달 18일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에 미온적인 국회를 겨냥해 ‘국회가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작심 비판한 발언이 야당 의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본지 10월19일자 A1, 3면 참조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가을 농사가 되지 않았다고 농부가 자신의 밭을 탓해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현재 경제 동력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누구 탓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최재성 의원은 “현 부총리의 국회 질타는 정부의 무능에 눈 감고 남 탓하는 무책임한 경제 수장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섭/주용석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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