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융성 핵심은 '아리랑 정신'

입력 2013-11-01 21:38   수정 2013-11-02 06:49

우리네 삶의 이야기 녹아있는 '아리랑'
대립과 갈등 넘는 믿음·희망의 노래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명지대 교수



10월 마지막 주말 ‘아리랑’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울려 퍼지며 박근혜 정부 첫해, 첫 문화의 달을 수놓았다. ‘문화융성의 우리 맛, 우리 멋,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행사에서는 전통 아리랑과 무용, 재즈, 힙합, 클래식, K팝 공연이 함께 펼쳐졌다.

인간문화재 안숙선·이춘희 씨와 코리아 유니온 오케스트라의 ‘아리랑 연곡’, 가수 김장훈·김재중·아이유·재즈보컬리스트 웅산 등의 록버전·크로스오버 아리랑도 색다른 맛을 선사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씨는 ‘우리가 공감하는 아리랑은…’이라는 메시지를 낭독하고, 문화융성위원인 박정자 씨는 ‘아리랑이 흐르는 시’를 낭송했다.

1200여명의 관람객은 전통과 현대가 접목된 아리랑 가락에 웃고 울며 새로운 감동을 맛봤다. 각국 연주자들이 자국 전통악기로 아리랑을 연주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아리랑이 갖고 있는 인류의 보편적 정서가 국경을 넘어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날 공연은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축하하는 잔치인 데다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와대에서 열려 더 뜻깊었다.

녹지원으로 가는 길은 야생화 향기와 가을 단풍, 한옥의 정취로 가득했다. 전통한옥 상춘재 앞마당에 차려진 한식은 예술품처럼 정갈했다. 초대된 사람 대다수는 인터넷으로 신청한 일반 국민이었다. 틀에 맞춘 격식에서 벗어나 청와대가 이렇게 문턱을 낮추고 국민을 행복하게 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공연 이틀 전에는 문화융성위원회가 문화융성정책을 발표했다. 이와 연계해 아리랑 공연을 연 것은 선언으로서의 문화정책이 아니라 문화융성의 핵심가치를 국민과 함께 공유하고 불씨를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1세기는 창의와 상상력이 국가발전의 화두인 시대다. 문화융성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얻자는 데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문화융성의 시작을 한민족 영혼의 요체인 아리랑으로 여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 있다. 손자에게 내미는 할머니의 거친 손처럼 고단함과 따스함이 함께 스민 아리랑의 정서에는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는 한국 문화의 내재가치가 녹아 있다. 인문정신이 있고, 삶의 이야기가 있고, 노래가 있고, 공동체가 있고, 희망이 있다. 아리랑을 국가적 문화자산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세대와 지역, 이념을 뛰어넘는 국민 통합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이 문화융성의 궁극적 목표이자 출발점이기도 하다.

대립과 갈등을 넘어 공존과 번영으로 가기 위해서는 용서와 화해, 믿음과 희망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도 ‘아리랑 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아리랑을 아픔과 한의 노래가 아니라 국민 행복의 노래, 희망의 노래로 바꾸도록 해야 한다.

박명성 < 신시컴퍼니 대표·명지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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