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령관 '6개월 만에 경질' 논란…軍 개혁 이뤄질까

입력 2013-11-03 09:54  

최근 국방부 인사의 국군 기무사령관 전격 경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취임 6개월 만에 교체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은 김관진 국방장관 인사에 불만을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하는 등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기무사에 대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군 동향수집 및 지휘계통을 뛰어넘는 보고 관행 폐지 등 고강도 개혁작업을 주문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파문은 박근혜 정부 군과 기무사 개혁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3일 당사자가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과 국방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논란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인사 스타일과 이에 따른 기무사의 정보수집 활동 및 보고체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장관 등 군 수뇌부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 수위와 이를 보고하는 계통의 한계선을 놓고 충돌이 벌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중요하다.

기무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 전 사령관은 김 장관이 자신과 같이 육사 생도 때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후배들을 챙기는 한편 정책형 인물 발탁으로 야전형이 홀대받는다는 등의 인사관련 정보를 첩보수집 계통을 통해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독일 유학 경험이 있지만 청와대에 근무한 경력이 논란이 됐던 후배 등을 임기제 진급 형식으로 챙겼다. 또 통상 진급 적기인 3차 심사를 넘어 4∼8차까지 된 군인들도 전문형으로 발탁해왔다.

이번 발표자 중 K모 준장 진급자는 8차에서 됐다. 군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의 이런 인사 스타일로 일선 부대에서 적기가 지난 인사들도 최대한 버텨보자는 풍조가 생겼다는 말도 있다"면서 "이 때문에 진급 적기에 든 군인들이 오히려 탈락하여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 전 사령관이 이런 동향보고를 자주 올려 김 장관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은 교체 배경을 놓고 언론 인터뷰와 지인 등을 통해 "장관의 독단을 견제하는 것도 임무"라며 억울하다는 심정을 강하게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가 군 동향보고 자료를 청와대에 직보하는 문제도 논란이다. 군 일각에서는 장 전 사령관 당시 기무사가 장관의 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동향보고 자료를 청와대에 직보했다가 몇몇 고위 인사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김 장관이 지난 4월 임명된 장경욱 당시 기무사령관에게 기무사가 그동안 음성적으로 해왔던 군내 동향보고를 철폐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당시 김 장관은 기무사의 임무는 동향보고 자료만을 수집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거나 음성적으로 윗선에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기무사는 청와대의 직할부대가 아니라 국방장관 직속부대이기 때문에 군의 지휘계통을 뛰어넘는 보고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 기무사령관이 청와대에 독대 보고를 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면서 "군사정권 시절 독대 보고로 인해 얼마나 많은 폐혜가 있었느냐"고 말했다.

이재수(육사37기) 신임 사령관 체제로 들어선 기무사는 음성적 보고관행 철폐 등 고강도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개혁의 초점은 우선적으로 기무사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재정립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기무사의 군내 동향보고 계선이 어디까지가 한계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의 역할이 군통수권자까지 보좌할 수 있는지, 국방장관의 지휘권을 보장하는 데 국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기무사 출신의 한 예비역은 "그간 동향보고는 방법론상의 문제가 아니었겠느냐"며 "장관에게는 당연히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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