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를 위한 '호텔 속 호텔'…귀빈층 라운지에서 '왕 대접'

입력 2013-11-04 06:58  

호텔&리조트

조망 좋은 특별층에 객실 지정
숙련된 별도 직원 배치
음료·식사 등 종일 무료 제공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대우'

서울 신라호텔, 룸·식사메뉴 최고급
서울 웨스틴 조선, 맞춤서비스 '으뜸'
롯데호텔, 비즈니스 인프라 훌륭 서울 특급호텔 라운지 비교



[ 최병일 기자 ]

‘남들과 다른 대접을 받고 싶다’고 누구나 생각한다. 돈만 내면 누구라도 왕이 될 수 있는 특급호텔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요즘 30대 직장인들에게도 특급호텔은 더 이상 문턱이 높은 특별한 공간이 아니다. 때문에 특급호텔들의 내국인 대상 패키지 상품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호텔 경영진에게는 또 다른 고민을 안겨줬다. 럭셔리 산업의 기본 요소인 ‘특별대우’를 제공한다는 느낌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고심하던 특급호텔들이 내놓은 전략은 ‘호텔 속 호텔’을 만들어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고 객단가 높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 그 구체적인 방법이 귀빈층 라운지 확대다. 최근 개·보수를 마친 서울 신라호텔의 이부진 사장이 가장 힘을 줬던 공간 역시 귀빈층 라운지였다.

5성급 호텔들은 거의 모두 귀빈층을 운영한다. 호텔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고층부 특정 층을 지정해 객실의 인테리어와 비품, 기본적인 서비스 수준을 높여 제공한다. ‘호텔 속 호텔’이자 여객기의 비즈니스 클래스와 같은 개념이다. 귀빈층에 묵는 투숙객은 최상의 객실 인테리어와 함께 체크인 및 체크아웃, 비즈니스미팅, 식사, 휴식 등을 위한 별도의 공간인 이그젝티브 라운지(EFL·클럽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EFL에는 숙련된 별도의 직원들이 배치되고, 간단한 음료와 술, 식사와 간식거리를 거의 하루 종일 무료로 제공한다.

호텔 투숙 경험이 많은 이용자들은 당연히 이런 혜택이 따르는 귀빈층을 선호한다. 낮은 가격에 나오는 호텔 패키지 상품을 예약하고 별도 비용을 추가해 귀빈층으로 업그레이드를 받는 똑똑한 투숙객도 있다. 해외출장이 많은 비즈니스맨들은 스타우드, 메리어트, 힐튼, 하얏트 등 체인호텔이 운영하는 리워드 프로그램 마일리지를 꼼꼼하게 챙겨 휴가 때 이용하는 호텔에서도 라운지 이용 혜택을 누린다. 서울의 대표적인 호텔 라운지를 직접 체험하고 장단점을 비교해 봤다.

○서울 신라호텔, 퍼스트 클래스급 서비스 제공

신라호텔은 ‘게임의 법칙’을 제대로 알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른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구축해 다른 호텔들과 선을 긋는다. 레스토랑 업그레이드에 이어 귀빈층 라운지를 새로운 ‘비대칭 전략무기’로 내세운 신라호텔은 기존 5성급 호텔의 상식을 뛰어넘는 ‘퍼스트 클래스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방과 화장실, 미팅룸을 포함한 총면적은 802㎡으로 국내 최대급 규모다. 하루에 네 번 제공되는 라운지 음식은 화려하다. 푸아그라, 바닷가재, 관자요리 등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온갖 산해진미가 깔려 있고 와인 등 음료의 종류와 수준도 일반적인 호텔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메뉴와 격이 다르다. 와인은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을 종류별로 두 가지씩 가져다 놨다.

책장에는 건축, 디자인, 패션, 호텔, 레저, 예술 등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가 서적 600여권이 빼곡하다. 책값만 따져도 억대가 넘는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검은색 가죽 암체어 등 초고가의 가구와 조선백자 달항아리 등 남다른 안목으로 고른 예술품들이 공간의 품격을 더해준다. 남다른 전망의 화장실도 볼거리다. 전반적으로 시설과 서비스가 아주 훌륭해 투숙객들이 객실보다 라운지를 선호한다고 할 정도다.

○서울 웨스틴 조선, 일대일 수준의 맞춤 서비스

20층에 있는 웨스틴 이그제큐티브 클럽에선 짙은 브라운색 인테리어와 대리석 탁자가 주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압권. 저녁 해피아워에는 칵테일과 요일별로 다른 메뉴가 충실하게 제공된다.

이 라운지도 훌륭하지만 진짜 귀빈 라운지는 1층에 숨겨져 있다. 호텔 패키지 상품의 인기로 비즈니스 라운지가 북적거리기 시작한 이후 항공사의 비즈니스·퍼스트 클래스 라운지처럼 아주 특별한 손님은 따로 모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스위트룸 손님 중 호텔 측이 가려 뽑은 VVIP만 이용할 수 있는 웨스틴 로열 클럽(WRC)은 직원과 손님의 비율이 거의 1 대 1 수준이라 이그제큐티브컬럽과는 서비스 차원이 하늘과 땅 차이다. 하루 종일 제공되는 쿠키와 빵, 차 종류도 20층 라운지와는 차이가 크다.

○롯데호텔 서울, 첨단 비즈니스 인프라가 강점

남산과 경복궁, 청와대가 한눈에 보이는 탁월한 전망이 장점. 야경도 가장 훌륭하다. 클럽 라운지는 본관 31층에 있으며 호텔의 거대한 규모에 맞춰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유리로 칸막이가 돼 있는 별실이 있고 공간 분할이 절묘해 붐빈다는 느낌이 덜하다. 제공되는 식음료 수준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훌륭한 비즈니스 인프라가 강점이다. 최대 22명이 이용할 수 있는 2개의 대회의실과 6인실, 10인실 등 빔 프로젝터와 초대형 스크린, 최첨단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춘 4개의 회의실은 물론 인터넷과 네트워크 업무를 지원하는 워크스테이션도 갖춰놨다.

리프레싱룸에는 안락한 안마의자를 비롯해 산소 발생기, 적외선 램프, DVD플레이어, 시디 플레이어, 4인 소파와 테이블, 에스프레소 머신과 신문, 잡지, 물수건, 아로마 테라피, 수면 안대, 각종 베이커리류가 제공된다. 본관 22층에는 여성들의 휴식을 위한 레이디스 라운지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더플라자·임피리얼 팰리스, 외국 손님 접대 적격

더플라자호텔은 2010년 리뉴얼 때 이탈리아 디자이너 귀도 치옴피가 18층 클럽라운지를 손봤다. 규모는 아담한 편. 서울광장과 덕수궁이 한눈에 들어와 서울을 처음 찾아온 외국인 손님을 접대해야 한다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공간이다. 휴게실에는 보스(BOSE) 헤드셋과 평면 TV를 갖췄고, 8인용 회의실을 최대 2시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에선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 내려 라운지에 들어서면 초가집(?)이 등장한다. 한국 전통 가옥 형태의 인테리어와 한국 전통 부엌의 모습, 크고 작은 항아리와 한국의 역사를 담은 고가구는 외국인 손님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홀에는 9개의 테이블과 36개의 좌석이 있고,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프라이빗 미팅룸도 있다. 좌식 미팅룸(한실)과 입식 미팅룸(양실)이 있어 편의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예약 때 라운지에서 최고급 궁중 한정식도 맛볼 수 있다.

○밀레니엄 힐튼·콘래드 서울, 남산·한강 전망 압권

밀레니엄 힐튼의 라운지는 서울 강북 도심과 남산 전망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식음료 서비스및 기타 시설은 평이하다. 테이블마다 생화를 꽂아놔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콘래드 서울 37층의 라운지에선 한강과 남산,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와 도시 전체의 스케일을 가늠해 볼 수 있으며 일출과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차분한 사진 작품들과 어두운 목재로 마감된 실내 분위기는 서울 신라호텔과 비슷하다. 벽난로가 설치돼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아이패드와 노트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쉐라톤 디큐브시티, 회의실 1시간 무료 이용

서울에서 가장 높은 38층에 라운지를 마련했다. 여의도와 목동, 서울 남서부권이 내려다보인다.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한 편. 식음료 서비스는 기대 이상으로 풍성하다. 회의실은 1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인터컨티넨탈 코엑스·리츠칼튼, 다림질 무료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고층이 아닌 2층에 클럽 라운지를 둔 것이 특징이다. 전면 유리창 밖으로 봉은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눈이 내리면 특히 아름답다. 기본적인 서비스 구성은 여타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장 무료 다림질 서비스는 비즈니스맨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리츠칼튼 서울의 라운지는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2박을 하게 되면 조식, 점심, 오후 티, 해피아워, 디저트로 구분된 5회의 식음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실내 공간은 좁지만 차분한 원목 톤의 인테리어가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무료 다림질 서비스와 2시간 회의실 무료 사용 혜택을 준다.

이진이 호텔칼럼니스트 ejin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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