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성교육(RT)연구소의 박심덕 팀장을 만나 20년차 직장인이자 학급회장을 도맡아 하는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의 교육 노하우를 들어봤다.
Q : 직장생활 경력과 출산 시기는?
A : 직장생활은 20년차이며 한솔교육에서만 13년을 근무했다. 출산시기는 12년 전인 2001년이다. 현재 딸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다.
Q : 일하면서 퇴사를 고민했던 때가 있었나?
A : 아이를 갖기 전부터 한솔교육에 다니고 있었는데, 연구개발실 선배들 중에 대부분이 워킹맘이었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선배들의 아이들 대부분이 공부도 잘하고 다방면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고 엄마가 일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양육 때문에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교육 관련 연구개발일이기 때문에 일과 양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어 유리하다고 생각됐다.
Q :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A : 아이와 같이 하는 절대적인 시간이나 공동 경험이 제한되어서 아이의 잠재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또한 아이가 아프거나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그 순간에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은 늘 마음이 아프다.
회사의 중요한 일과 아이의 중요한 일이 겹쳤을 때 선택해야 하는 문제도 어렵다.
Q : 아이와 교감을 많이 하기 위해 평소 기울이는 노력이 있다면?
A : 아이가 흥미있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면서 느낌이나 생각을 많이 나누려 애쓴다.
어렸을 때는 아이가 골라온 그림책이나 DVD를 함께 보면서 지금은 아이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엄마와 여행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여행을 자주 다니려고 한다. 잠도 같이 자는 날이 많은데, 자기 전에 비밀 얘기도 많이 나눈다.
Q : 아이 교육에 대해서 지키고 있는 철칙이 있다면?
A: '자기 삶을 당차게 만들어가는 아이'가 되도록 도와주자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아이가 어렸을때 많은 것을 부모가 직접 해주다보면 나중에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할때 주도성을 가지고 하기 어렵다. 그때가서 아이에게 '왜 넌 스스로 하지 않니?'라고 말해봤자 주도성과 자신감이 뒷받침이 돼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실제 나 스스로도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많은 것을 해주려고 하셨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성취했을 때가 가장 뿌듯하고 행복했다.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해나가기 위해서는 주도성과 자신감, 자기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것들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여러 선배 워킹맘들에게 조언도 듣고 공부를 많이 했다.
우선 주도성과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엄마가 무엇인가를 해주기 보다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방법을 알려 주고, 기다려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된다.
하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고 판단해 보도록 허용해 줬다. 아이를 돌봐주시던 시어머니와도 생각을 공유하면서 육아방식을 맞췄다.
아이가 모래놀이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한번은 겨울이라 밖에 나갈 수 없자 아이가 부엌에 흩어져 있는 쌀로 노는 것을 보고 시어머니께서 쌀 한 푸대를 대야에 담아서 맘껏 놀이하도록 해 주신 적도 있다.
아이가 하는 것이 어설프고, 어지르고, 엉망이 되더라도 스스로 하면서 성취의 기쁨을 느끼게 되면 계속 스스로 하려고 하려고 하고, 조금씩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거라고 믿었다.
이것은 워킹맘이기 때문에 일일히 해 줄 수 없어서 더 많이 믿고 맡길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Q : 아이의 문제해결력을 키우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이가 문제해결력을 위해서는 언어력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
한솔교육의 한글개발팀에서 일하면서 언어 발달이 사회성, 정서뿐 아니라 뇌발달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보아왔기 때문에 그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태어난 이후부터 그림책의 문장을 노래처럼 불러주면서 말을 음악처럼 느끼도록. 그래서 그림책을 읽어주면 노래에 장단을 맞추듯이 엉덩이를 들썩들썩하기도 했다.
20개월 전후는 언어폭발기로 어휘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여서(18개월에 50개, 24개월에 300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서 <신기한 한글나라>를 시작했다. <신기한 한글나라>는 익숙한 사물을 의성어 의태어를 사용한 다양한 표현으로 경험해 보기도 하고, ‘풍선+개구리’처럼 익숙한 사물의 이름을 합쳐서 새로운 사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새롭고 재미있는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하여 연상력, 창의력 등을 키워 줬다.
그리고 글자를 읽는 것이 자음과 모음의 합성 원리를 깨치는 것이기 때문에 사고력도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한글에 흥미를 갖게 되어 깨치게 되니, 책에서 본 내용에 대해서 호기심도 많이 갖게 되어 지식을 습득도 빨랐고, 우리말 어휘가 풍부하니 영어 습득도 빨랐고, 유치원에서도 선생님을 도와 친구들 이름표를 찾아주고, 글자를 모르는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많이 주니 자연스럽게 리더십도 생기고 자신감도 커진 것 같다.
스스로 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도 생기고 기초 학습력도 뒷받침 되니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숙제나 준비물 챙기는 것도 스스로 하고, 엄마는 가끔 점검만 해도 충분했고, 교내외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각종 상도 많이 탔고, 매년 줄곧 학급회장을 맡아 왔다.
국어는 물론 모든 과목이 언어 이해력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전 과목의 성적도 좋다.
과목 중에서는 수학을 가장 좋아하는데, 반복적인 계산보다는 문장제 문제를 더 재미있어하고 잘하는 것도 탄탄한 언어력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는 반응성교육(RT)연구소에서 부모교육 관련 연구개발과 교육 운영을 하고 있어서 내가 스스로 경험한 반응성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의 주도성을 기를 수 있는 방법론을 전파하고 있다.
연구소에 와서 RT 전문가과정을 이수하면서 내가 우리 아이 영유아 시기에 주도성을 길러주려고 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검증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영유아 시기는 주도성을 기르는 결정적 시기라서 이것이 평생을 좌우한다. 아이의 주도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때 부모가 흥미를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면서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
Q : 후배 워킹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당장 아이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궁극적으로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위해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데 혼자 모두 잘하려고 하지 말고 주위에 경험자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하고 싶다.
워킹맘도 전문성을 갖추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듯 육아를 위해 전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 많다.
자기와 철학이 일치하는 기관을 믿을 수 있는 양육 조언자로 여기고 함께 아이를 기른다고 생각하면 훨씬 안심이 되고 자신감도 생길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삶의 좋은 모델이 되어 주는 것이다.
아이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하는 일에 대해서 말해주곤 했더니, 책을 보면 판권을 먼저 보고 엄마가 만든 책인지 아닌지를 살폈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엄마가 만든 책들을 학급문고에 기증하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보람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직업관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딸은 일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하고, 자기도 엄마처럼 워킹맘이 될 거라고 말하곤 한다.
[ 키즈맘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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