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라이온즈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이뤄냈다. 삼성그룹에선 3연패를 삼성라이온즈 내 기업경영시스템의 정착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처럼 ①인재 제일주의 ② 위기 경영과 장기 성과주의 리더십 ③승부욕·근성으로 뭉친 조직문화 등이 자리잡아 위업을 이뤄냈다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2연패는 여러번 있었지만 3연패는 없었다”며 “목표 상실로 인한 도전정신 약화, 다른 팀의 모방·견제, 주축선수 노화로 인한 전력 약화 등이 3연패를 가로막았는데, 삼성라이온즈는 이를 시스템으로 이겨냈다”고 분석했다. 삼성은 실제 2010년 삼성SDS 사장이었던 김인 사장을 라이온즈로 보내 체계적인 시스템 정착에 주력해왔다. 다른 그룹이 홍보 총무 등을 맡았던 임원에게 스포츠팀을 맡기는 것과 달리 계열사 경영을 맡아온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스포츠 경영을 담당한다. 김인 사장뿐 아니라 삼성스포츠단 사장도 삼성화재 CEO 출신인 지대섭 사장이 책임지고 있다.
첫번째 삼성라이온즈가 삼성전자와 비슷한 점은 인재 제일주의다. 올해 주력투수 이탈(정인욱 등), 주전선수 노화 및 부상(조동찬, 김상수, 배영섭, 이승엽 등)에도 불구하고 후보선수(김태완, 정병곤, 정형식 등)가 뒤를 탄탄히 받쳐줘 우승했다. 이는 몇 년전부터 이뤄진 인프라 투자와 체계적 훈련 프로그램 등 인재양성시스템 덕분이다. 라이온즈는 인재 제일주의를 바탕으로 경산볼파크(2군 훈련장), 삼성트레이닝센터(부상선수 재활시설), 스타비스(전력분석 인프라) 등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춰 ‘선수층이 두터운 팀’, ‘주전과 후보의 차이가 작은 팀’을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인재 제일주의, 리더 양성·교육시스템과 유사하다.
두번째는 위기 경영 리더십이다. 류중일 감독은 부임 초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며 우승을 이끌었으나 올해는 “선수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며 선수들과의 긴장감을 유지했다. 2연패로 긴장감과 목표의식이 약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엄한 감독으로 변신해 기강을 확립한 것이다.
이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위기 경영과 흡사하다. 이 회장은 최근 신경영 20주년 기념만찬에서도 “자만하지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하라”고 촉구했다.
강한 리더십이 자리잡다보니 단기 성적보다 길게 바라보며 팀을 운용한다. 올해 투수진 약화에도 불구하고 주력 투수인 정인욱을 입대시킨 게 그 예다. 입대를 무리하게 늦추지 않고 계획에 따르는 원칙을 지킨 것이다. 삼성전자가 어려운 시기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꾸준히 투자, 호황이 왔을 때 막대한 과실을 거두는 것과 흡사하다.
세번째는 강한 승부욕·근성으로 똘똘 뭉친 조직문화다. 윤성환 선수는 지난 8월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우리팀의 장점은 ‘당연히 우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 영입 없이 한솥밥을 먹은 동료들로 연속 우승을 달성하면서 ‘우리 팀이 최고’란 자신감과 승부욕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매년 ‘시장 성장이상의 성장’, ‘두자릿수 성장’을 당연히 목표로 잡는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내가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에게 배운 가장 좋은 게 ‘시장 성장 이상의 성장’이란 목표”라고 말할 정도다. 최 실장과 윤 사장은 2006년 삼성 TV를 글로벌 1위로 만든 주역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매출이 130조원 수준이었을 때 2020년 매출 4000억 달러(약 420조원)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당시만해도 비전에 불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4년이 흐른 올해 매출은 벌써 2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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