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연장선의 역사 문제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흥미로운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 바깥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갈등에는 사연이 있다. 2011년부터 민자 1조5343억원이 투입되는 이 노선의 공정률은 현재 41%. 그런데 성남시가 정자(분당)~동천(용인)역 사이에 미금역을 한사코 신설하겠다고 나섰다. 비용중 918억원을 떠안겠다는 것이다. 안전행정부의 제동은 사업취지대로 민자 투입 확대면 모를까 시 예산에서 그만큼 쓸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겨우 3.9㎞ 구간에 대형 환승역을 더 만들면 역이 다닥다닥 붙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용인 주민들이 역 신설에 반대해 국민감사 청구도 했다. 그러나 성남시는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앙투융자심사에서 보류된 사안을 최근 또 상정했다니 떼쓰는 애 같다.
장기 재정 뒷전…내 임기가 중요
제도는 있지만 중앙과 지방이 대립하면 조정이나 판정이 말처럼 쉽지 않다. 용인시는 대형 주민센터를 줄줄이 짓겠다고 해 안행부를 곤혹스럽게 한다. 450억원짜리를 포함해 최대 8개를 세우겠다며 승인요청을 했다. 경전철로 1조원을 날렸고 호화대형 청사로 늘 비판받아온 그 용인이다. 빈약해진 시 재정에 대한 자구계획을 세우라는 안행부 지침에 시 공무원 급여까지 깎겠다면서도 주민센터엔 목을 맨다. 벼랑 끝 전략 같다. 옆동네 수원 영통에는 체육관까지 갖춘 멋진 주민센터가 있는데 우린 왜 없나! 이런 주민들 목소리는 지역의 표심이다. 어디서나 이런 유의 사업들은 대개 지역공약이다. 지역정치 이슈가 되는 순간 타당성 조사니, 경제성이니, 편익비용이니 하는 행정은 통과절차로 전락하고 만다. 2014년 지방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비슷한 일이 잦다. 선거 때면 막무가내가 되는 건 중앙이나 지방 정치나 마찬가지다.
자동차산업의 퇴락 때문에 디트로이트가 파산하게 됐다는 뉴스로 우리에게도 경고가 왔지만 정작 당사자인 지자체들은 오불관언이다. 법과 제도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지자체의 파산규정이 없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파산지경이 돼도 실제 파산은 안된다. 밑빠진 독이 되든 뭐가 되든 중앙정부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간섭하고 감독하지만 조금만 강도를 높이면 지방자치를 죽인다고 항변한다.
복지분담 갈등 폭발, 조정은 누가
지방자치의 발전도 결국 재정문제에 귀결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단선적인 문제다. 복지정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재정분담 갈등까지 겹치면 풀기 힘든 복차방정식이 된다. 무상보육비 논란이 채 가시지 않은 판에 서울시가 총대를 하나 더 멨다. 기초노령연금은 31%를 분담해왔으나 내년도 기초연금에선 10%만 맡겠다고 선언했다. 기다린 듯 다른 시도도 가세한다.
단순 재정부실은 중앙이 나름대로 통제를 시도한다. 하지만 겹겹의 복지분담 갈등은 조정할 데도 없다. 심각한 문제다. 지자체, 안행부, 기재부가 3인3색이다. 국회는 이런 사안에 조정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청와대가 나섰단 얘기도 안 들린다. 어느 주머니에서 얼마만큼씩을, 누가 조정하나. 국가고유사무와 지방위임업무를 표로 그려가며 세금 구조와 지역별 자립도까지 감안해 규범과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의 잠재부실이 국가신인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탈리아나 중국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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