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노조위원장 강성 후보의 '몰락'

입력 2013-11-07 04:06  

인사이드 Story - "파업·노사대립 악순환 이제 그만"등돌린 조합원들

실리노선 이경훈·하부영 씨 1, 2위…8일 결선 투표



[ 하인식 기자 ]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강성 후보들이 모두 탈락했다.

노조는 지난 5일부터 전체 조합원 4만72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투표에서 다섯 명의 후보 가운데 ‘현장노동자’ 소속 이경훈 전 노조위원장이 1만9489표(득표율 45.42%)로 1위를 차지했다고 6일 발표했다. ‘들불’ 소속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8262표(19.25%)로 2위였다. 현대차 노조는 1, 2위를 대상으로 8일 결선투표를 한다.

이들은 현대차 현장 노동조직 중 대표적인 합리·실리 노선으로 분류된다. 이 후보는 2009년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3년 연속 무파업을 이끌어 냈다. 이번 1차 투표에서 노조 역사상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출마 후보 가운데 조직력이 가장 약한 것으로 평가됐던 하 후보도 다른 강성 후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반면 강성으로 분류됐던 나머지 후보 세 명은 모두 탈락했다. ‘금속연대’ 소속 김희환 후보는 14.44%, ‘민주투쟁위원회’ 손덕헌 후보 11.43%, ‘민주현장’ 김주철 후보는 8.66%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이들 세 후보 표를 모두 합해도 1위를 차지한 이 후보의 득표율에 10.89%포인트 밀린다.

강성 후보 세 명이 1차 선거에서 모두 탈락한 것은 지난 2년 동안 노조를 이끌며 장기 파업을 전개한 문용문 위원장 등 강성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의 반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문 위원장은 이번에 재선에 도전하지 않았지만 그와 같은 ‘민주현장’ 소속의 김주철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이번에 출마했다가 다섯 명의 후보 가운데 최저 득표를 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 집행부는 올해 임단협에서 15차례(잔업·특근 포함) 파업을 벌여 현대차에 5만191대의 생산차질과 1조225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위한 주말특근 협상을 하던 중 12차례 특근을 거부했다. 지난해 임금협상 때도 28차례 파업을 벌이는 등 현 집행부는 지난 2년간 집권하면서 파업·잔업·특근거부 등의 잇단 투쟁으로 회사 측에 총 2조7000여억원의 생산차질을 입혔다. 이는 노조 설립 역사상 최대 손실로 기록된다.

노조의 이 같은 무리한 파업은 결국 ‘귀족노조’의 배부른 투쟁으로 국민에게 비쳐졌고, 현대차에 대한 신인도를 떨어뜨려 조합원들이 강성 조직에 등을 돌리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1995년 이영복 위원장 때 1년, 이 후보 재임 시절인 2009년부터 3년간만 파업을 하지 않았다. 26년 노조역사상 22년 파업으로 현대차는 무려 14조여원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8일 결선투표에서는 1차 투표에서 강성 후보를 지지했던 조합원의 표심이 두 후보에게 어떻게 작용할지에 따라 당선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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