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 평결 뒤집은 이유는

입력 2013-11-07 13:28   수정 2013-11-07 13:48

안도현 시인(52ㆍ우석대 교수)의 허위사실 공표 재판이 국민참여재판 제도개선의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이미 국민참여재판의 '감성 재판'화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고, 배심원 만장일치 평결을 재판부가 뒤집으면서 기속력의 한계 역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은택 재판장)가 7일 안도현 시인에게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무죄', 후보자 비방 혐의는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비방죄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가 유예됐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7명 전원은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지만, 재판부는 `일부 유죄'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선고를 연기한 바 있다.

따라서 선거공판의 최대 관심사는 재판부가 배심원의 평결을 수용해 '무죄' 판결을 내릴지 여부였다.

그런데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죄는 '무죄'를 인정하면서도, 후보자 비방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사실상 배심원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공소사실 유무죄에 대한 배심원의 법적 평가는 재판부를 기속(羈束 : 얽어매어 묶음)할 수 없고, 양형 부분에 한해 기속력(羈束力)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즉 공소사실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재판부 몫이고, 양형에 있어서는 배심원 평결을 반영한다는 취지다.

실제 재판부는 후보자 비방죄는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이 죄의 최저 양형기준인 벌금 100만원의 선고는 유예함으로써 사실상 처벌을 하지 않아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을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법률 부분에 한해 최대한 판결에 반영함이 상당하다"고 밝혀 배심원의 '무죄'평결이 선고유예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이로써 '피고인의 행위는 죄가 되나, 이로 인해 피고인을 처벌하지는 아니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안 시인은 재판 직후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내 처지가) 재판관이 쳐놓은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같다"며 판결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달 28일 총 14시간가량 진행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으나, 재판부는 `일부 유죄'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선고를 열흘 연기한 바 있다.

따라서 배심원의 '무죄' 평결을 수용할 지가 최대 관건인 가운데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배심원 평결을 일부를 수용하고 일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시인은 대선 기간인 2012년 12월 자신의 트위터에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보물 제569-4호)을 소장하거나 유묵 도난에 관여됐다는 내용을 17차례 올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비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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