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영 기자 ] “기업은행의 주인은 정부입니다. 주인이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매각하든 무슨 상관입니까.”
기획재정부가 세외수입 확보를 위해 기업은행에 정부 지분(2000억원어치)을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도록 요구했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가 나간 지난 6일 저녁, 기업은행의 ‘주인’인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따져 물었다. 기사에는 ‘복지공약 재원 마련이 다급한 정부가 기업은행에 손을 벌렸다’는 표현도 포함돼 있었다. 이 관계자는 “주인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을 벌린다’는 표현이 맞지 않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재부의 논리가 원칙적으로는 맞다고 인정한다. 정부는 기업은행 지분 68.9%를 가진 주인이어서다. 따라서 지분매각을 하든 말든, 어떤 방식으로 매각하든 상관하지 말라는 정부의 주장에 토를 달기 힘들다는 데 동의한다. 내심으론 자사주 매입금액 2000억원을 기업은행 설립 목적인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할 경우 훨씬 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가 세외수입 확보를 위해 만만한 기업은행을 활용했다는 시각이다.
기재부뿐만 아니다. 최근 들어 기업은행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부처는 많다. 기업은행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그중 하나다. 기업은행으로선 금융위 눈치도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금융권에서는 경남은행의 강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은행이 금융위 ‘요청’에 의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이 다른 은행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업은행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경남은행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런 소문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조 행장의 임기만료(12월27일)를 앞두고 정부 부처들이 기업은행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책은행인데다 행장의 임기만료를 앞둔 터라 기업은행이 정부 부처들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괴로운’ 기업은행이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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