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좋은 성과는 리더십보다 팀워크에서 나온다

입력 2013-11-08 06:58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5)

팀워크와 성과증진의 새로운 방법 - 박원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만남이 즐겁게 '분위기 메이커'…꼼꼼하게 따지는 내부 비판자
구성원 간의 역할분담 '척척'…'팀 역할 균형'때 팀워크 높아져

회식이 팀워크에 도움되지만 단지 인간적인 유대에 불과



[ 강현우 기자 ]
“완벽한 직장인 모델을 생각해 봅시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동시에 열정이 넘치고 인간관계도 좋은 사람이겠죠. 조직 구성원에게 동기 부여도 잘하고 전문 지식도 깊이 쌓아 놓은 데다 때로는 정치적인 수완도 발휘하는 사람 정도면 완벽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직장에서 수많은 팀을 만듭니다. 그런데 어떤 팀은 성공하고 어떤 팀은 실패합니다. 구성원 간 호흡이 척척 맞는 팀도 있는 반면 서로 긴장과 오해가 끊이지 않는 팀도 있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가을 학기 다섯 번째 시간. ‘팀워크와 성과 증진의 새로운 방법’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맡은 박원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팀워크는 회식과 단합대회로만 다져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회식이 팀워크의 전부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한국이 가야 할 길로 제시하고 있죠. 창조경제를 달성하려면 다양성을 존중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겁니다. 팀을 구성하는 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팀이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팀과 같은 집단이나 조직을 만드는 기본 목적 중 하나는 구성원 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성과를 높이는 겁니다. 하지만 조직의 성과가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을 합한 것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죠. 팀워크를 높여 긍정적인 시너지를 높이는 길을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박 교수는 먼저 팀워크 개념을 인간적인 유대감 측면의 ‘집단 응집성’과 업무 활성화 측면의 ‘팀 활성화’로 구분했다. 팀워크를 통한 팀 성과 증진을 위해선 집단 응집성뿐 아니라 팀 활성화가 반드시 공존해야 한다는 얘기다.

“회식을 하면 팀워크가 좋아집니까? 대부분 ‘예’라고 하시겠죠. 사실 회식은 팀워크 증진에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먹고 마시고 끝나는 게 아니라 팀원 서로를 이해하고 소속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회식으로 다져지는 ‘한번 해보자!’, ‘우리는 하나다!’라는 식의 팀워크는 인간적인 유대입니다. 물론 그것도 바람직한 효과니까 회식은 계속 해야겠죠. 그러나 앞으로는 팀워크라는 개념을 업무 활성화 측면에서도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팀워크의 증진이 아니라 조직의 성과니까요. 친목 도모보다 성과 실현이 주 목적이라면 구성원 간 인간적 친밀감이나 화기애애한 작업장의 분위기만이 아니라 구성원이 수행하는 업무 자체가 활성화돼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업무적 활성화 측면을 경시한 채 유대감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구성원들이 모두 비슷한 생각만 하게 되는 집단사고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박 교수는 이어 팀원의 역할을 ‘기능적 역할’과 ‘팀 역할’로 구분했다. 기능적 역할은 직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조직이 부여한 역할로 성과와 직접 연결되는 역할이다. 팀 역할은 직무와 관련없이 비공식적으로 구성원이 발휘하는 역할로 팀워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말한다. 직무와 관련이 없고 상사가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비공식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팀워크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성과가 좋은 팀의 유일한 비결, 팀워크”

“이제 영국의 팀워크에 관한 연구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한국과 영국은 팀과 관련해 두 가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10여년이라는 상당히 짧은 시간에 사회 여러 분야에서 팀 제도를 급속하게 도입했습니다. 또 하나는 팀 제도를 도입한 지 10여년 정도 후에 평가해 보니 성과가 좋았다는 의견보다 기대보다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다른 점도 있습니다. 한국은 기업을 중심으로 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삼성물산이 1983년 팀 제도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고요, 이후 1990년대까지 급속하게 확산됐습니다. 영국은 2차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정부 조직을 중심으로 팀 제도가 뿌리내렸습니다.”

1960년대 중반 영국 정부는 팀 제도 도입 성과가 신통치 않다는 각계 반응에 대응해 팀 제도에 관한 대규모 연구에 들어갔다. 메러디스 벨빈 케임임브리지대 경영학 교수의 책임 하에 케임브리지대와 런던정경대 소속 교수 100여명이 10년짜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성과가 좋은 팀들을 한쪽 무리에 묶고 좋지 않은 팀들을 다른 무리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두 무리가 어떻게 다른지 조사했습니다. 2년간 연구 끝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성과가 좋은 팀의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팀 리더의 리더십이나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 수준, 구성원 간 소통 모두 아니었습니다. 결론은 하나, 팀워크였습니다. 팀워크가 좋고 나쁨에 따라 팀 성과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연구를 멈추면 누구나 아는 얘기가 되고 말죠. 연구팀은 이후 팀워크를 유발하는 원인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팀워크가 좋은 팀을 들여다보니 구성원이 기능적 역할과 팀 역할을 모두 잘 하더란 결론입니다. 직무와 관련해 부여된 역할뿐 아니라 공식적으로 주어지지 않은, 단지 팀워크를 높이기 위한 역할까지 잘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팀원들의 만남 자체가 즐거워지도록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하고 또 다른 사람은 꼼꼼하게 따지면서 내부 비판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9가지 팀 역할 중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벨빈 연구팀은 팀워크 활성화를 위한 비공식적 역할인 팀 역할을 총 9가지로 구분했다. 그리고 개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팀 역할은 수준별로 자연역할(쉽게 잘 발휘되는 수준), 잠재역할(노력하면 발휘될 수 있는 수준), 비선호역할(노력해도 발휘하기 어려운 수준) 등 3개로 구분된다. 보통 개인은 9개 팀 역할 가운데 자연역할을 적게는 0개, 많게는 4개 정도 갖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이다.

벨빈 연구팀의 9가지 팀 역할 구분법이 나온 이후 조언가, 창조자, 생산자 등 8가지 역할로 구분한 마거슨&맥캔 모델, 도전자, 소통자 등 4개 역할만 사용하는 파커 모델 등 여러 종류의 팀 역할 분류 방법이 개발됐다. 가장 먼저 나온 벨빈 연구팀의 9가지 역할 구분법이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창조자는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해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합니다. 전통이나 관례에 잘 얽매이지도 않고요. 그러나 작은 일을 무시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반면 냉철 판단자는 냉정하고 전략적이어서 팀에서 나오는 모든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정확히 판단하죠. 하지만 추진력이나 동료에게 동기를 불어넣는 역할은 잘 하지 못합니다. 지휘·조절자는 성숙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훌륭한 지도자로서 목표를 명확히 하고 구성원들에게 임무 위임도 잘 합니다만 구성원을 이용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일까지 떠맡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도 팀 역할 개념 도입”

벨빈 연구팀은 9가지 팀 역할을 팀 내 구성원이 어느 정도 담당하고 있는지, 그에 따라 그 팀의 팀워크는 몇 점인지 수치로 계산해 내는 ‘인터플레이스’라는 도구를 개발했다.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고 조직에 의해 부여되지 않았더라도 내부의 팀워크와 활성화를 위해 각 개인이 스스로 발휘해야 하는 팀 역할 유형과 정도를 파악하는 최초의 방법론이다.

인터플레이스는 팀 구성원 각자가 대답하는 ‘팀 역할 자가 진단’, 평가자를 아는 네 명 이상이 응답하는 ‘팀 역할 관찰자 진단’, 팀장이 응답하는 ‘직무 진단’, 직무 수행 경험자가 응답하는 ‘직무 관찰자 진단’ 등 네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개인의 팀 역할 특성을 서로 비교할 수 있고 팀 적합성과 팀워크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는 도구입니다. ‘여러 사람이 팀을 구성할 때 팀워크가 제대로 기능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어떤 사람들로 팀을 만들면 팀 성과가 높아질까’ 등의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직무의 특성을 먼저 도출한 다음 그 결과를 개인의 팀 역할과 연결해 사람과 직무 간 적합성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국내에선 제가 가장 먼저 도입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1998년 1월3일 현대그룹 신년 임원 전략회의에서 ‘구조조정 이후 조직 활성화 방안’을 강의한 적이 있는데요, 여기에서 인터플레이스를 소개했더니 3개월 후 현대그룹 전체가 도입했습니다. 이후 LG그룹도 인터플레이스를 쓰고 있고요, 저는 현대그룹과 LG그룹 사례를 통해 인터플레이스가 효과적이라는 논문도 두 편 발표했습니다.”

○“팀 역할의 균형을 찾아라”

9가지 팀 역할이 한 팀 내에 모두 존재하는 것을 ‘팀 역할 균형’이라고 한다. 팀 역할 균형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팀워크가 높아져 결과적으로 팀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팀 역할 균형이 일어나는 비율은 10%가량이라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90%는 구성원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팀이 구성원들이 가진 역량의 합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9가지 팀 역할의 유형들을 팀 내에 골고루 갖춰야 합니다. 쓴소리하는 역할을 떠맡기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또 하는 일은 많지 않으면서 비판만 늘어놓는 사람이 미움받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팀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적어도 일에 관해서만은 이런 사람을 따돌리지 말고 건설적인 비판을 계속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도저히 인간적으로 맞지 않는 팀원이라 해도 나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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