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선 전화기의 전화선을 보면 스프링처럼 꼬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쭉 펴서 선으로 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길이를 길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즐겨 먹는 라면을 보면 라면 역시 꼬여 있다. 그 이유는 라면 봉지 안에 많은 양을 넣기 위한 것이다. 아래 [그림 1]은 상자 안에 음료수 캔이 40개 들어 있다. 상자 안에는 더 이상 음료수 캔을 넣을 공간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1개를 더 넣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자.
음료수 캔 41개를 상자 안에 넣으려면 [그림 2]와 같이 첫 번째 줄에 5개를 배열하고 두 번째 줄에 엇갈리게 4개, 다시 세 번째 줄에는 5개를 배열하면 된다. 즉 5개짜리가 5줄이므로 25개, 4개짜리가 4줄이므로 16개로 총 41개의 음료수 캔을 상자에 모두 넣을 수 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수 캔, 생수, 보온병, 휘발유 드럼통 등은 액체를 담는 용기다. 액체를 담는 용기들은 대부분 원기둥 모양으로 돼 있는데 그 이유를 수학적으로 알아보자. 용기를 만들 때는 언제나 재료를 적게 들이고도 많은 양의 액체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같은 재료로 사용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다음 [그림 3]과 같이 높이가 같은 음료수 캔의 밑면이 정삼각형, 정사각형, 원 모양인 세 가지 경우를 비교해 보자. 각 도형의 밑면의 넓이가 100㎠일 때 정삼각형의 둘레는 45.6㎝, 정사각형의 둘레는 40㎝, 원의 둘레는 35.4㎝가 된다. 밑면을 정삼각형, 정사각형, 원으로 하는 기둥의 부피는 밑면의 넓이와 높이를 곱한 것이므로, 이 세 가지 기둥에 담기는 내용물의 부피는 같다.
그러나 겉넓이에서는 차이가 생긴다. 기둥의 옆넓이는 ‘밑면의 둘레×높이’이므로 밑면이 원 모양인 원기둥일 때 옆면의 넓이가 가장 작다. 따라서 원기둥일 때 전체적인 겉넓이가 최소이며, 용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의 비용이 절감된다.
수학적 원리에서 원기둥 모양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모양은 구 모양으로 구 모양의 용적이 원기둥 모양의 용기보다 더 커서 구 모양의 용기를 만들면 재료가 더욱 절약된다. 그러나 구 모양의 용기는 뚜껑도 만들기 어렵고 잘 구르기 때문에 불안정하고, 실용적이지 못하다.
그러므로 같은 양의 액체를 담을 수 있고 높이가 같은 용기들 중 원기둥 모양의 용기가 재료가 가장 적게 들면서 각 기둥에 비해 외부 충격에 형태 변화도 적는 등 실용적이어서 음료수 캔, 생수, 보온병, 휘발유 드럼통 등 액체를 담는 용기는 대부분이 원기둥 모양으로 돼 있다.
이승민
<재미난 수학세계> 필자인 이승민 선생님은 중앙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 보성여고에서 11년 동안 수학교사로 재직했으며 재능방송 제작팀장, 마인드맵 인스트럭터 등을 지냈다. 교육부 디지털교과서 개발위원, 국제수학경시대회(WMC) 출제위원, 배재대 수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화신교육그룹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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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 길어도 너~~무 긴 영어단어
영어에서 가장 긴 단어는 무엇일까. 공식적으로 영어단어로 인정돼 사전에 실린 가장 긴 단어는Pneumonoultramicroscopicsilicovolcanoconiosis이다. 편집 실수나 오타가 아니다! 이 단어는 45개의 철자로 구성된 실제 영어단어다. 물론 일반 학습자용 작은 사전에선 찾아볼 수 없고, OED(Oxford English Dictionary) 원판에서나 볼 수 있다. 참고로 옥스포드 영영사전 원판은 총 20권이며, 전체 페이지 수는 무려 2만2000페이지, 무게는 약 80㎏에 달한다.
이 괴물 같은 단어의 정체를 한번 차근차근 해부해보자. 이 단어는 다음과 같은 6개의 의미 단위로 나눌 수 있다. Pneumono / ultra / microscopic / silico / volcano / coniosis.
영어의 접두사 pneumono-는 그리스어 pneumon에서 온 것으로, ‘폐(lung)’를 의미한다. 가령 흔한 질병 중 하나인 폐렴은 영어로 pneumonia(발음은 ‘뉴모니아’)다. 접두사 ultra-는 라틴어 ultra에서 온 것으로, ‘beyond, extremely’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강조를 위해 사용하는 ‘초(超), 슈퍼, 울트라,…’할 때 그 울트라가 맞다. ultramodern은 ‘초현대적’이란 의미로, 극도로 현대적(extremely modern)인 것을 의미한다.
microscopic은 ‘미세한’이란 의미의 형용사다. 접두사 micro-는 ‘미세한, 작은(small)’을 의미하고, scope는 ‘보다(see)’를 의미한다. 그래서 microscope는 small+see의 결합으로 현미경(작은 것을 보는 기구)이란 의미가 나온다. 이 단어가 접두사 ultra-와 결합하면 ultra-microscopic, 즉 ‘극도로 미세한(extremely microscopic)’이란 의미가 된다. 접두사 silico-는 실리카(silica) 혹은 실리콘(silicon)을 의미한다. 우리말 ‘규소(원소기호 Si)’를 영어로 한 것이 ‘실리콘(silicon)’인데, 이 규소에 산소원자 2개가 붙으면 이산화규소(SiO₂), 즉 실리카(silica)가 된다. 마지막으로 volcano는 화산을 의미하는 단어이고, coniosis는 먼지를 흡입해 생기는 질병을 말한다.
이제 의미들을 전부 합쳐보자. 접두사 pneumono-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일단 폐에 대한 질병이란 점이다. ultra-microscopic과 silico- 라는 어근에서 극도로 작은 실리카에 의해 생기는 질병이란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이 화산(volcano)과 관련이 있으며, 작은 먼지를 들이마셔서 생기는 병(coniosis)인 것도 알 수 있다. 이를 우리말로 하면 ‘진폐증(塵肺症)’이란 이름의 병이다. 즉 폐에 작은 분진이 침착해 폐 세포에 염증이 생기고 섬유화되는 질병이다. 이런 의미를 한 단어에 담은 것이 바로 Pneumonoultramicroscopicsilicovolcanoconiosis이다.
의미를 다 배웠으니 다 같이 한번 발음해보자. 괄호안과 같이 끊어 읽으면 된다. Pneumono / ultra / microscopic / silico / volcano / coniosis(뉴모노 / 울트라 / 마이크로스코픽 / 실리코 / 볼케이노 / 코니오시스).
박희성
‘맛깔난 잉글리시’ 필자 박희성 씨는 고려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현재 메가유티 편입학원에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강의를 하고 있으며 7년째 에몽잉글리시(EmongEnglish.net)를 운영해 오고 있다. 국내 최대 수험생 커뮤니티인 <오르비>와 <네이버 카페 수만휘>에서 ‘에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어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멘토이자 칼럼니스트로 많은 도움도 주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에몽의 수능영어 독해기술』『에몽의 영문법의 재발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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