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5시 경기도 일산 킨텍스. 장항 IC를 지나자 서서히 눈에 보이는 이 경기국제종합전시장에선 20~30대 젊은이들 수 천명이 우비와 형형색색 아이템으로 몸을 치장한 채 전자음악에 맞춰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다.
'EDM 5K RUN(Electronic Dance Music 5Kilometers Run)'.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전자음악(Electronic Music)과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열리고 있는 마라톤 형식을 결합한 'Fun Run(펀런·재미를 추구하는 마라톤)'의 일종이다.
펀런은 마라톤의 정식 코스인 42.195km를 5km로 대폭 줄인 코스에 재밌는 테마를 가미해 참가자들이 축제에 참여한 듯한 경험을 선사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레이스다. 테마에 따라 EDM런 외에도 좀비런, 칼라런, 머드런 등이 있다.
◆ 준비운동은 '국민체조' 대신 디제잉으로…'웃고, 떠들고, 즐겨'
이날 행사가 열린 킨텍스 곳곳엔 형광색 아이템으로 몸을 치장한 개성 넘치는 참가자들이 즐비했다. 행사가 늦은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진행된 데다 비까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지친 기색 없이 음악을 즐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존 마라톤 행사들과 달리 준비운동은 유명 DJ들이 틀어주는 전자음악에 몸을 맞춰 흔드는 것이었다. 신나게 춤을 추던 참가자들은 저마다 기념 촬영도 하고 웃고 떠들면서 나름의 방식대로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친구들과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대학생 이여진 씨(21)는 "마라톤이라고 하면 힘들고 어렵게 생각해 참가할 엄두조차 못 냈었는데 이 행사는 즐길 거리가 많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펀런이 기존 마라톤 행사와 다른 점은 기록을 측정하지 않는 대신 참가자들의 즐거움, 어울림, 건강을 테마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 생긴 이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급속히 퍼진 이유도 이 같은 요소 때문이라는 게 행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준비운동을 마치면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적정 시간 간격으로 600~700명씩 끊어 출발하는 '웨이브'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출발하는 사이에도 행사장 다른 곳에선 여전히 사진을 찍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참가자들도 존재했다.
킨텍스 주변 5km를 도는 코스 곳곳엔 참가자들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이 배치됐다. 출발과 도착지점인 킨텍스 주변 곳곳엔 5개의 무대가 세워졌다. 바운스, 딥하우스, 파워 트랜스, 덥스텝, 테크 하우스 등 각각 다른 종류의 전자음악이 흘러나와 즉석 공연이 이뤄지는 곳이다. 참가자들은 달리는 도중 언제든지 멈춰 서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 놀이문화의 부재…"제대로 '물' 만났다"
이날 열린 'EDM 5K RUN'을 비롯해 국내에서 '펀런' 행사가 젊은 세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는 이유는 음주문화를 제외하곤 마땅히 즐길만한 놀이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 행사를 기획한 송동윤 타고이벤트 대표는 "국내엔 놀이문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펀런은 알코올 없이도 모든 연령층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기 때문에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EDM 5K Run'은 1차 접수였던 선착순 5000명 한정 티켓이 단 몇 시간 만에 매진되는 등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행사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다른 '펀런'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학생 김현석 씨(23)는 "여자친구한테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티켓 구매 사이트를 수시로 드나든 끝에 운 좋게 구할 수 있었다"며 "다른 펀런이 또 열린다면 계속해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 중에서 젊은 세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날 남편과 함께 온 참가자 경원숙 씨(53)는 "가족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젊은 세대들의 에너지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술 없이 건전하게 즐기는 축제라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타고이벤트는 이날 경기도 일산을 시작으로 내년엔 서울, 부산, 대구, 제주 등 국내 각 도시에서 펀런을 열 예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미주, 아시아 전역에도 'EDM 5K Run'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펀런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현재 100개가 넘는 도시에서 1년에 한 번씩 행사가 열릴 정도로 젊은 세대들의 최고의 관심사가 됐다"며 "다양한 콘셉트와 기획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펀런의 저력을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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