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의 '소풍'서 차용…데크 시설물 최소화해 산길 등 자연성 살려
부대찌개·비보이 대회 등 테마 가득한 의정부…미래의 관광도시 만들것
[ 최병일 기자 ] 미군기지·부대찌개·위성도시의 이미지가 강한 의정부가 경기북부권 관광문화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민들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걷기 코스인 ‘소풍길’을 만들고 도심관광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다. 의정부시가 이처럼 관광문화지역으로 부상한 건 관광에 대한 안병용 시장(57·사진)의 정책적 결단 덕분이다.
“소풍길은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소풍길’은 의정부 출신인 시인 천상병의 시집 ‘귀천’에 수록된 ‘소풍’이라는 시 제목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안 시장은 “어릴 적 소풍 가는 기분으로 즐겁고 가볍게 가볼 수 있는 길”이라고 소개했다.
“제주도의 올레길 성공 이후 해변이나 산의 다양한 길이 관광상품으로 새롭게 주목받았습니다. 행정안전부가 2011년 공모한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사업으로 소풍길이 채택되면서 총사업비 10억원 중 50%를 국비로 지원받았죠.”
소풍길은 의정부시를 동서남북으로 에워싼 원도봉산, 사패산, 홍복산, 천보산, 수락산 등을 연결한 대구간 6개 코스와 중랑천, 부용천 등 시내를 가로지르는 소구간 3개 코스로, 총연장 71.7㎞다. 이미 7개 코스에 대한 공사를 마무리했다.
“소풍길은 철저하게 자연적인 길입니다. 기존의 등산로나 작은 길을 활용해 만들고 데크 시설물을 최소화해 산길, 들길 그대로입니다. 곳곳에 안내판, 이정표, 쉼터 등 편의시설이 있고 교량, 계단 등 안전시설이 갖춰져 누구나 어려움 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편안한 길이죠.”
구간별로 역사, 문화, 자연 등 특색 있는 테마공간도 만들었다. 유아나 노약자 장애인, 일반인 등 이용자의 신체 조건에 맞춰 난이도를 배려한 것도 소풍길의 특징. 안 시장은 의정부가 관광문화의 불모지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서울 근교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천혜의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
“의정부에는 수락산과 천보산 등 풍광이 아름다운 산이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적지인 박세당 고택이 있고 신숙주와 의병장 정문부 장군의 묘가 있습니다. 이런 곳을 스토리텔링화해 역사문화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의정부의 도심관광자원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다.
“의정부 하면 부대찌개가 연상되는 만큼 테마관광의 일환으로 의정부 명물인 부대찌개 축제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재작년부터는 의정부를 비보이들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비보이 챔피언십도 열었고요. 주말마다 시도별 동호인 비보이 대항전을 만들고 이를 거리 축제로 만들 계획입니다.”
젊은 문화를 받아들여 도시를 더욱 젊게 만들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세계 비보이 대회 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의정부를 잠시 머물다 가는 도시가 아니라 머물면서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관광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며 “의정부의 미래는 관광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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