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결혼식 뜻이 '결석하면 혼난다'였나?…얼굴만 아는 선배의 반강제적 초대…"악! 나의 소중한 주말이여~"

입력 2013-11-11 21:01   수정 2013-11-12 04:30

내가 하객인지, 방청객 알바인지…
'튀는 예식' 하고픈 마음 알지만…일어나라, 춤춰라 온갖 주문 '어휴~'

결혼 新트렌드 '감춰둔 속마음'

카톡에 웨딩사진 괜히 걸었어
축하 쏟아질줄 알았는데 무반응…서운함에 '친구 차단' 충동

'성수기 3만원' 애정남이 정했지만
"부장 체면에 어찌 '석 장'만…"…쌓이는 '청첩장 고지서' 한숨



[ 황정수 / 김병근 / 강경민 / 박한신 기자 ]
결혼식도 ‘엔터테인먼트’가 됐다. 눈에 띄는 이벤트 한두 건이 없으면 ‘감흥 없는’ 결혼식으로 전락하고 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과한 이벤트는 하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결혼의 계절 11월을 맞아 ‘얼굴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는 김 과장 이 대리들에게 요즘 결혼식 풍속도를 들어봤다.

○튀는 결혼식 만들려다 ‘민폐’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박모 과장(35·여)은 최근 ‘낯선’ 결혼식을 경험했다. 기자회견장을 연상케 하는 자리배치 때문이었다. 신랑 신부는 식장 맨 앞에 마련된 긴 테이블 한가운데 앉아있었다. 주례사가 양가 부모님 덕담으로 대체된 것까진 좋았다. 식사 전 상영된 신랑 신부의 추억을 담은 동영상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압권은 사진촬영. 하객들이 조를 짜서 신랑 신부가 앉아 있는 긴 테이블로 가 연예인과 사진 찍듯 포즈를 취해야 했다. 식순이 끝나자 신랑 신부가 출입구에 서서 나가는 모든 하객과 악수했다. 식장에서 빠져나가는 데만 10분 넘게 걸렸다. 한 하객은 “특이한 결혼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이해하지만 정도가 심한 것 같다”며 “이 정도면 민폐 수준 아니냐”고 불평했다.

○금요일 결혼식 참 좋은데…

요즘 확산되고 있는 또 다른 결혼식 문화는 ‘평일 저녁 예식’이다. 비용이 주말 결혼식보다 10~15% 싼 데다 주말에 쉬고 싶은 하객들을 배려할 수 있어 모두에게 ‘부담 없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최모 이사(34)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다른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친구의 금요일 저녁 결혼식에 편한 마음으로 참석했다. ‘오랜만에 결혼식 없는 토요일에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던 찰나, 사회자로부터 낭보가 날아들었다. “요즘 신랑 신부 친구분들 뒤풀이가 없어서 심심하셨죠? 오늘 이태원 라운지바에서 축하파티가 예정돼 있습니다.” 안 그래도 예쁘고 나이 어린 신부 친구들에게 눈길이 갔던 최 이사는 고민 없이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문제는 신부 친구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얘기하다 보니 술을 주량 이상으로 마시게 된 것. 다음날 집에서 눈 떠보니 오후 2시였다. 최 이사는 “차라리 토요일 낮에 결혼식을 했으면 다음날 숙취라도 없었을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하객 수 채우기 위해 후배들 동원

결혼식 문화가 바뀌었지만 변치 않는 관심거리는 하객 수다. 사회생활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결혼한 직장인 강모씨(33)는 결혼식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강씨의 직업은 의사인데다 집안도 부유해 결혼식을 특급 호텔에서 치를 정도로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강씨에겐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결혼식에 와 줄 지인들이 별로 없다는 것.

20대 청춘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인턴과 레지던트 생활로 보낸 강씨는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연락이 끊긴 상태. 내성적인 성격의 강씨는 병원에서도 사람들을 많이 사귀지 못했다. 결혼식에 와서 함께 사진을 찍어줄 사람을 손꼽아보니 다섯명도 채 되지 않았다. 결국 강씨는 한 가지 비책을 냈다. 같은 병원에 다니는 발 넓은 레지던트 후배에게 그의 후배들을 한꺼번에 데려와달라고 부탁한 것. 그 후배에게 상당한 액수의 사례금까지 줬다. “결혼식 사진 촬영할 때 사람들이 없어 썰렁하면 남자 자존심이 뭐가 되겠어요. 비록 인원을 억지로 동원했지만 덕분에 인간관계 좋다고 장인어른께 칭찬까지 받았죠.”

○카카오톡 통한 홍보효과 ‘크지 않네’

요즘 예비 신랑 신부들은 결혼 사실을 알리기 위해 카카오톡을 활용하기도 한다. 카카오톡 메인사진에 ‘결혼스튜디오 사진’을 걸어놓고 ‘11월10일 강남 A웨딩홀 오후 2시’라고 적어놓는 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마음이 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카카오톡 사진을 봤으면 먼저 연락을 주거나 ‘알아서’ 결혼식에 참석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 패션회사의 안모 과장(33·여)은 지난달 결혼식 이후 카카오톡은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과거엔 친했지만 요즘 소원한 사람들에게 결혼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안 과장은 카카오톡에 결혼 스튜디오 사진과 일자를 올렸다. ‘좀 소원해졌지만 내가 과거에 축의금을 냈던 사람들은 알아서 와주겠지’라고 생각한 게 화근이었다. 300명 넘는 카톡 친구 중 많은 사람이 결혼식 홍보 문구와 사진을 봤을 텐데, 정작 식장에 온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안 과장은 “물론 적극적으로 청첩장을 돌리지 않은 제 탓이 크겠죠. 그래도 분명 카톡 사진을 봤을 텐데 아쉽네요. 결혼식을 통해 인간관계가 정리된다고 하던데, 카톡 친구를 끊을 수도 없고”라며 한숨지었다.

○변치 않는 ‘3·5 논쟁’

결혼식 트렌드가 변했다고 해도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화두가 있다. 축의금 액수다. 몇 년째 변치 않는 논란은 이른바 ‘3·5 논쟁’이다.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직장 동료 결혼식의 축의금으로 ‘3만원이 적당하냐 5만원이 적당하냐’는 것이다. 이 논쟁의 승자는 최근 ‘5’로 결정되는 분위기지만 사무실 책상에 쌓여 있는 청첩장을 보면 선뜻 다섯 분의 ‘세종대왕’이나 ‘신사임당’ 한 분을 흰 봉투에 모시기가 어렵다.

지난 9~10일 벌어진 ‘결혼 대전’을 맞아 청첩장 두 개를 받은 H출판사 김 팀장(41)은 오랜 고민 끝에 ‘3’을 선택했다. 김 팀장은 사실 지난주 금요일엔 일단 현금인출기에서 10만원을 뽑았었다. 불현듯 ‘내년에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 학비를 생각하면 비상금 챙기기 더 어려워질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4만원은 호주머니에 넣고 3만원씩 들어간 봉투 두 개를 양복 속주머니에 넣었다. 김 팀장은 “왠지 꺼림칙한 건 사실”이라며 “그래도 다른 일정이 있어 밥은 안 먹었더니 덜 미안하다”고 했다.

황정수/김병근/강경민/박한신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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