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방전지 2세 이상웅 회장의 공격경영 "차량 배터리 노하우로 ESS 육성"

입력 2013-11-11 21:13   수정 2013-11-12 03:53

CEO 투데이

고성능 AGM 배터리 개발…폭스바겐 협력사로 선정
니켈·리튬전지 기술 살려 대기업과 ESS 경쟁



[ 안재광 기자 ] 이상웅 회장(사진) 취임으로 ‘2세 경영’ 체제에 들어간 세방전지가 차세대 자동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새 성장동력 사업’으로 정했다. 자동차 등에 쓰이는 납축전지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이유에서다.

○‘3세대 배터리’ 폭스바겐에 납품

이 회장은 지난 9월 신임 회장 취임식에서 “무리한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세방전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중 가시화된 것은 ‘3세대 배터리’다. 기존 2세대 ‘플루드 타입’과 달리 전해액을 극판과 격리판 등에 스펀지처럼 적셔놓은 형태가 ‘AGM 배터리’다. 2세대보다 배터리 용량이 커지고 내구성이 좋아져 최근 출시되는 유럽 차 중심으로 많이 쓰인다.

이용준 광주생산본부장(전무)은 “자동으로 정차시 시동이 꺼지고 주행시 시동이 켜지는 ‘오토 스타트·스톱’ 방식의 차들이 좋은 연비와 친환경적이란 이유로 최근 많이 팔리고 있는데 여기에는 일반 배터리보다 성능이 좋은 AGM 배터리를 써야 한다”며 “독일 폭스바겐에 납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방전지는 지난달 폭스바겐으로부터 ‘A등급 협력사’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폭스바겐의 세계 모든 공장에 세방전지 배터리 납품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세방전지는 폭스바겐뿐 아니라 BMW 르노 GM 등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도 납품을 논의 중이다. 이 경우 현대·기아차 위주의 공급처가 다변화되고 해외 애프터 마켓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또 겨울 성수기뿐 아니라 비성수기에도 공장 가동률이 유지돼 고정비용 감소 효과 등도 생길 전망이다.

○기존 주력 제품도 회복세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일반 납축전지 제품도 요즘 잘 팔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주요 거래처의 주문이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 7일 기자가 세방전지 광주공장을 찾았을 때 생산라인 모니터상 가동률을 가리키는 숫자가 90% 안팎을 오갔다. 김수현 생산1팀장은 “상반기에 다소 부진했는데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주문량을 맞추려면 공장을 풀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로케트’란 브랜드로 팔리는 이 회사 자동차 배터리는 현재 평균 1.2초에 한 대씩 생산된다. 지난해 라인 증설로 아시아 최대 규모인 연 1700만개 생산능력을 갖췄다. 부침이 다소 있기는 했지만 최근 몇 년간 국내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세방전지는 연간 매출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ESS, 대기업에 뒤지지 않아”

에너지 산업에서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ESS는 세방전지의 중장기 프로젝트다. ESS는 발전소나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중대형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장치다.

세방전지는 삼성SDI LG화학 등 ESS를 추진하는 대기업들과 경쟁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SS의 전 단계인 산업용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UPS는 정전 등 비상시 전원을 공급해주는 장치다. UPS를 포함, 세방전지의 산업용 배터리 매출은 지난해 1985억원에 달했다.

김대응 세방전지 기술연구소장은 “리튬전지 위주로 ESS를 제조하는 대기업과 달리 세방전지는 납축전지, 니켈전지 등 라인업이 다양하다”며 “여기에 리튬전지 ESS 개발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안정성과 가격을 중시하는 사업자라면 납축전지,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우선시하면 리튬전지, 그 중간대를 원하면 니켈전지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란 설명이다. 김 소장은 “소재와 기술이 다를 뿐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기본 원리는 같다”며 “ESS뿐 아니라 전기차 시대가 와도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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