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불량 게이머 단속에 이용자수 감소한 탓
게임중독법 규제에 국내 업체 주가도 급락
[ 임근호 기자 ]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의 주가가 지난 11일 도쿄증시에서 폭락했다. 1117엔이던 주가는 877엔으로 21.49% 떨어졌다. 하루 만에 1조원 가까운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미래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면서다. 당장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 관계자는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이용 지표가 낮아진 것이 배경”이라며 “하지만 유료이용자 1인당 평균매출(ARPPU)은 계속 증가하는 등 다른 지표는 견조하다”고 말했다.
○넥슨, 시총 1조원 날아가
12일 도쿄증시에서 넥슨은 890엔으로 거래를 마감해 1.48% 반등했다. 하지만 전날 21.49% 급락한 여파로 시가총액은 3909억엔(약 4조2263억원)에 머물렀다. 급락 전인 8일 기준 시가총액 4906억엔보다 997억엔(약 1조780억원) 줄어든 것이다.
증권사들이 넥슨에 대한 투자의견을 내린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JP모간은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종전보다 19% 낮게 잡았다. 도이치뱅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고 SMBC닛코증권 등 일본 증권사들도 동참했다. 김한준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넥슨은 우리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기폭제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넥슨은 8일 3분기 매출이 398억8300만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64% 늘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도 162억3700만엔으로 53% 증가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10%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올 들어 순이익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넥슨이 올해 순이익을 394억~403억엔으로 전망해 13개 증권사 예상치인 435억엔을 크게 밑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이용자 감소
넥슨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은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고 있는 텐센트의 이용자 단속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텐센트가 ‘오토’로 불리는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이용해 게임 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량 이용자를 단속하면서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넥슨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중국에서의 영향으로 넥슨 게임의 월간 이용자 수(MAU)가 3분기 6260만명으로 전년 동기(7880만명)와 전 분기(7100만명)보다 감소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다른 지표는 견조하기 때문에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 넥슨의 입장이다. 넥슨 관계자는 “ARPPU는 3분기 2447엔으로 전년 동기(1729엔)는 물론 전 분기(2181엔)보다도 늘어났다”며 “중국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나머지 지표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넥슨의 지역별 매출은 중국이 40%로 가장 크다.
○국내도 게임사 주가 하락
한국 증시에 상장된 게임사들도 게임 규제에 실적 악화까지 겹치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11일까지 게임빌은 주가가 23% 하락했다. 위메이드는 19.8%, 컴투스 18.1%, 네오위즈게임즈는 12.9% 내리는 등 투자자들은 게임회사를 외면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이 게임을 마약 술 도박과 묶어 4대 중독물로 규정하는 등 게임 규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어 게임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훼손됐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게임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악화도 원인이다. 모바일 게임 초기에는 성장 기대감이 컸지만 많은 업체가 뛰어들면서 성공 확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창영 동양증권 연구원은 “기대감만으로 올랐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실적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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