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의 정치경제학 … 만년 꼴찌 라쿠텐 골든이글스, 일본시리즈 제패한 배경은

입력 2013-11-13 10:36  


필자는 프로야구를 그리 좋아 하지 않는다. 엄청난 자본이 투입돼야 가능한 게 프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돈’이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스포츠까지 ‘자본력’으로 결정나는 시합을 굳이 봐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요즘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가는 글로벌 자본주의 수레바퀴 아래에서 한숨을 돌릴 여유와 즐거움을 주는 프로 스포츠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11월 초 진행된 일본 프로야구 결승전을 보고 나서 프로 스포츠의 재미에 푹 빠졌다.

프로야구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많은 사람들이 프로야구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해준 경기였다. 지난 3일 열린 프로야구 일본시리즈 결승전 얘기다. 올해 일본 시리즈만큼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명승부전도 드물 듯하다. 야구시합 자체도 극적이었지만 승리 주역들의 ‘인물’ 스토리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약체 프로야구 구단인 도호쿠(東北) 지역의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도쿄의 최고 인기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7차전 최종전에서 이겼다. 창단 9년 만의 첫 정상 등극이다.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 지역인 도호쿠를 대표하는 구단이다. 대지진과 방사능 피해로 2만여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피해 지역의 주민들은 일본 시리즈 제패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만년 약체팀인 골든이글스가 일본 최강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이긴 배경은 무엇일까. 재일교포 출신인 호시노 센이치 감독(66)의 리더십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에이스 투수인 다나카 마사히로(25)의 역투도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전날 6차전에서 160개 구를 완투하고 패전투수가 됐던 다나카 선수는 7차전에 9회 구원투수로 나와 승리를 마무리지었다.

산지가 많은 도호쿠는 일본에서 낙후 지역으로 꼽힌다. 소득 수준은 도쿄 등 대도시권에 비해 크게 낮다. 도호쿠 주민들에게 골든이글스는 특별한 존재다. 프로야구 홈 구단이 없던 이곳에 IT업체인 라쿠텐은 2005년 프로야구 구단을 창설했다. 구단 발족 후 성적은 형편없었다. 개막 후 두 번째 경기에서 26대 0으로 대패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2011년 초 전기를 맞았다.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골든이글스에 ‘승부사’로 불리는 재일교포 출신인 호시노 감독이 취임했다. 호시노 감독 취임 직후 동일본 대지진까지 발생했다. 선수들은 홈구장마저 파괴돼 연습경기도 원정 경기에서 해야하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들도 틈만 나면 지진 피해 주민들 돕기에 나설 정도로 지역 구호 사업에 적극 나섰다.

호시노 감독은 여진으로 불안해 하는 선수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승리를 통해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밖에 없다. 너희들의 착한 마음을 다 안다. 이제는 ‘강함’을 전달하자”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3·11 대지진 이후 2년7개월. 지난 3일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센다이 K스타 구장에는 팬들의 감사 문구가 걸렸다. ‘보여주셨습니다. 야구의 저력을. 보여주셨습니다. 도호쿠의 저력을.’

프로야구가 재미있는 것은 토털 경쟁력의 산물이기 때문. 구단의 자금 지원은 물론 감독, 선수, 팬들의 힘이 합쳐져야 1년간의 긴 레이스에서 최종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일본시리즈 제패는 뛰어난 팀워크의 산물이다. 호시노 감독의 리더십 아래 에이스 다나카 투수의 투혼, 팀 구성원들의 단결로 최강의 팀이 탄생했다. 객관적인 전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여년의 장기 침체로 비실대던 일본 경제가 최근 경쟁력을 조금씩 찾아가는 배경에도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리더와 에이스, 그리고 구성원들의 헌신과 단합 없이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앞날을 낙관만 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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