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6자회담? 뭘 기대할 수 있나

입력 2013-11-13 21:32   수정 2013-11-14 05:25

북은 결코 스스로 핵포기 않아
회담을 위한 회담에 그칠 것
조건없는 회담은 면죄부만 줄 뿐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6자회담 불씨가 다시 지펴지고 있다. 2003년 8월 베이징에서 첫 회담을 시작한 지 10년 동안 아무 성과 없이 북한에 핵 능력을 키우는 시간만 벌어 줬고, 2008년 12월 마지막 회담 이후 5년간은 식물상태로 잊혀진 회담이다. 이미 무용(無用)한 것으로 판명난 지 오래인 이 실패한 협상을 중국과 북한이 들고나와 또 무언가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부산하다.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 우다웨이가 지난달 말 미국, 이달 초 북한을 방문했고 조태용 한국 측 수석대표는 며칠 전 미국을 다녀온 데 이어 곧 중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글렌 데이비스 미국 측 수석대표도 이달 하순 한국 중국 일본을 순방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어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국의 6자회담에 대한 집착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와 미국은 일단 부정적이다. 북의 비핵화를 위한 선(先)조치, 그 진정성을 입증하는 것이 회담의 전제조건이라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북이 그동안 국제사회를 농락하면서 쉼 없이 핵개발과 핵실험을 거듭해온 도발에 대한 면죄부만 주는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6자회담 10년 동안 북은 속임수로 일관했다. 처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내건 한국과 미국에, 북측이 ‘북·미관계 정상화 및 안전보장·경제지원’으로 맞섰을 때부터 예고됐다. 어렵사리 2005년 ‘북은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로 복귀한다’는 9·19공동성명을 이끌어냈지만 북은 결정적 단계인 검증을 거부했다. 북의 핵시설 폐쇄와 불능화, 핵프로그램 신고를 구체적으로 이행키로 한 2007년의 2·13합의와 10·3합의도 온갖 구실을 달아 약속문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만 챙겼다.

그동안 북은 핵보유 선언에 이어 1·2차 핵실험, 미사일과 장거리 로켓 발사, 고농축 우라늄 생산, 게다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전쟁도발, 올해 초의 3차 핵실험까지 돌아올 수 없는 길로만 내달았다. 무슨 약속을 해도 믿을 수 없는 북에 비핵화의 진정성을 기대하는 것은 바보스럽기까지 하다. 북에 있어 6자회담은 경제지원을 얻어내고 더 내놓으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기 위한 미끼일 뿐이다.

회담 당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과연 북의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하나같이 자국 이익의 관점과 전략적 이해로만 접근하는 모습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특히 모호하다. 중국은 한반도 현상유지론으로 전략적 완충지대인 북한의 핵에 대한 용인과 불용(不容) 사이를 오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는 동참하고 있지만 뒷문으로 북에 대한 경제지배력을 끊임없이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북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반도의 핵위기는 한·미 동맹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중국의 패권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북한 고립의 가장 좋은 명분이다. 동북아 안보불안은 군산(軍産)복합체의 경제적 이익과도 부합된다. 결국 미국의 내심은 북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핵위기 상태를 ‘관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급속한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은 북핵을 빌미삼아 노골적으로 군사대국화, 나아가 핵무장을 추구하는 움직임이다. 6자회담에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였던 러시아 또한 동북아 안보에 관한 발언권과 영향력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6자회담이 재개 국면으로 진전되는 것은 결국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회담이 다시 열린들 아무 것도 기대할 게 없고 회담으로 북핵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북이 스스로는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강대국들의 비핵화 의지도 확신할 수 없으니 또 회담을 위한 회담일 뿐이다. 북핵 해결은 갈수록 멀어지는데 핵무기로 국민 생명과 재산이 직접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선택지가 없다. 답답한 현실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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