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가스공사 5000억 규모 자산유동화 작업 ‘빨간불‘

입력 2013-11-14 15:29  

국민연금 등 기관들 "관심 없다"
투자자 자금 관리할 PEF운용사를 가스공사가 뽑겠다?



이 기사는 11월14일(05:4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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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가 추진 중인 이라크, 인도네시아 가스전의 지분 매각 작업이 난항에 부딪혔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긴 했지만 정작 돈을 대야 할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서다. 자산 유동화를 통해 5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 부채 비율을 줄이려던 가스공사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분 매각과 관련, 삼성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정하고, 21개 PEF 운용사에 입찰을 보낸 바 있다. 스톤브릿지 등 2~3곳을 숏리스트로 정한 뒤 전일 경쟁 PT를 받아 스톤브릿지를 최종 낙점했다. 매각 대상 자산은 이라크 바드라와 주바이르 유전, 인도네시아 세로노 토일리 가스전 등의 지분이다.

이번 매각은 가스공사가 후순위로 50%를 투자하는 구조여서 인기가 높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사모펀드를 만들 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돈을 받은 PEF 운용사가 선순위 투자를 하고, 나머지는 가스공사가 후순위로 받쳐주는 구조다. 가스전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선순위 투자자가 먼저 가져 가는 것으로 ‘원금 보장+알파’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겠다는 게 가스공사의 복안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고펀드, EQ파트너스, 에이티넘파트너스 등 자원 전문 PEF 운용사들이 대거 불참한 것이다. 한 PEF 운용사 대표는 “가스공사가 사모펀드 운용사(GP)를 선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GP 선정은 돈을 대는 투자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돈을 댈 투자자는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펀드를 운용할 곳부터 뽑겠다고 하는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연기금, 공제회들의 관심도 그다지 뜨겁지 않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내부감사로 해외 자원에 대한 투자를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5000억원 가량의 해외 자원에 투자하기 위한 사모펀드를 만들려면 국민연금이 ‘앵커’ 역할을 해주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들은 이같은 자산에 대한 투자 여력이 5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PEF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과 사전 협의을 통해 투자 의사를 확인하는 게 필수적인데도 이 과정을 무시했다”며 “이런 이유로 PEF 운용사들이 대거 입찰에 불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묘한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데엔 공사 특유의 정치권 ‘눈치 보기’가 작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PEF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 한국석유공사가 미국 이글포드 셰일 가스전 지분 일부를 보고펀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수의 계약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번에 공개 경쟁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가 매물로 내 놓은 가스전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입찰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이라크 가스전만 생산 광구고 나머지는 개발 단계에 있는 곳들이어서 투자 위험도가 높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라크 가스전은 현지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은 해외 자원 투자 경험이 적어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식으로 안전 투자를 선호하는데 이라크는 현지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내부 투자위원회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가스공사가 정말 팔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번 매각이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데다 공기업 부채비율을 줄이라는 정부 의지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자원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가스공사는 이명박 정부 5년간 5조9000억원을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자해 부채 규모가 2007년 말 8조7436억원에서 올 6월 말 32조원으로 급증했다. 400% 수준인 부채비율을 200%로 줄이기 위해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연이은 조치로 이번 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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