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의원발의 1만7000건 예상
年1000개 규제 쏟아져 경제 발목
[ 김유미 기자 ]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양산된 규제 법안들이 부작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고 있는 것 아닌가.”
해마다 1000여개씩 쌓이는 각종 규제가 국민 경제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의원들이 쏟아내는 ‘규제과잉 법안’이 특히 문제라는 지적이다. 의원발의 법안도 규제영향 평가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우후죽순 의원 법안이 문제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의원입법 규제영향평가 도입 촉구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인기에 영합하는 신규 규제 신설을 억제해야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주찬 광운대 교수는 “의회의 입법기능이 강해지면서 의원발의 법안이 급증했다”며 “동시에 과잉 입법의 우려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2000년 개원한 16대 국회에서 4년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1651건이었지만, 17대 국회에서는 5728건, 18대 국회에서는 1만1191건으로 급증했다. 19대 국회는 1만7000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월평균 350건꼴이다.
19대 국회에서 논의한 법률안의 약 15%는 규제를 위한 법안이지만, 신중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한국규제학회가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 법률안 474개를 평가한 결과 ‘규제 신설의 필요성과 정당성’에서 평균 2.99점(5점 만점)을 받는 데 그쳤다. ‘규제 수단의 적절성’ 점수도 2.92점에 머물렀다.
효과도 불확실한 규제 법안이 의원들 손에서 양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공무원과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규제 관련법은 직접적인 재정지출 없이도 정부 권한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면 전문가들의 규제영향 분석 등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의원 입법으로 슬쩍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도 대기업 규제 등을 통해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의원발의안도 규제영향 살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이 주목을 받았다. 규제가 포함된 의원발의 법안에 대해선 재정 부담, 환경, 고용 등 여러 측면에서 규제영향을 의무적으로 평가하자는 내용이다. 규제 내용과 필요성, 존속기한을 담은 ‘규제사전검토서’도 발의안에 첨부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소외된 국민을 위해 시작된 규제가 이제는 질투심과 보복심에 기초해 남발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라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기에 영합하는 규제 법안이 줄어들고,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과잉 입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제출 법안이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 9가지 단계를 거치는 반면 의원발의 법안은 4단계 절차뿐”이라며 “미국에서는 의원발의안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단계별 평가제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심의관은 개정안에 대해 “의원 입법을 통해 규제 심사를 회피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1년에 1000개 이상의 규제가 생겨나고 있는 만큼 법안 심의가 지연되지 않도록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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