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과도한 보수 삭감
[ 고은이 / 주용석 기자 ]
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에 칼을 빼들었다. 과다한 부채에 시달리면서도 턱없이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방만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는 공공기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민간기업이었다면 감원·구조조정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조찬간담회 형식을 빌려 부채가 많고 방만하게 경영한 것으로 지목된 20명의 공공기관장을 불러 강하게 질타했다. 현 부총리는 “일부 기관이 고용을 세습하고 비리퇴직자에게 퇴직금을 과다 지급하는 등 도덕성과 책임성을 망각하고 있다”며 “상당수 공기업이 수입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민간기업이라면 몇 차례의 감원이나 사업구조조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언론은 공공기관을 방만경영과 비리, 부채, 과잉복지의 온상으로 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제 파티는 끝났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재정 위험 관리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 취임 이후 주요 공공기관장을 한꺼번에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전력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2개 기관은 과도한 부채, 한국투자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8개 기관은 지나친 복리후생을 지적받아 이날 간담회에 소집됐다.
현 부총리가 이날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것엔 그만큼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295개 전체 공공기관 부채 수준은 2008년 290조원에서 2012년 493조4000억원으로 4년 만에 70% 이상 급증했다. 140조원가량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LH는 이자비용만 하루에 120억원이 넘게 내면서도 지난해 임직원에게 90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급여 삭감, 성과급 제한 등 대책 마련
현 부총리는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인식이 과거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이번 정부는 공공기관을 근본적·제도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공공기관의 부채, 비리, 임금, 복리후생, 단체협상 등 A부터 Z까지 모두 뒤바꿀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복리후생 및 예산낭비 사례조사를 마친 뒤 올해 안에 정상화 대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먼저 기관장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보고 기관장의 과도한 보수를 깎기로 했다. 기본 연봉을 낮추거나 성과급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얘기다. 직원들의 과도한 복리후생과 관련해선 경영평가에서 감점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과거 5년간 부채 증가를 주도했던 LH, 한전, 수자원공사 등 12개 기관의 부채 규모와 성질, 발생 원인을 올해 말까지 공개하고, 부채를 발생 원인별로 분석해 표시하는 구분회계제도를 내년 상반기에 도입하기로 했다. 사업조정과 자산매각, 원가절감, 수익창출 극대화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추진하고 이 부문의 경영평가 비중을 확대해 자구노력이 미진할 경우 경영평가 성과급을 제한키로 했다.
고은이/주용석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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