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기계인상' 수상한 이달우 KC코트렐 회장

입력 2013-11-14 21:20   수정 2013-11-15 04:37

단돈 10원까지 가업승계…지금 생각하니 정말 잘한 일


[ 안재광 기자 ] “그냥 잘해서는 안 됩니다. 월등하게 잘해야 합니다.”

이달우 KC코트렐 회장(83·사진)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세계시장에 많이 나가고 있지만 기술의 깊이가 대체로 얕아 (독일 일본 기업 등에) 밀리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신도림 쉐라톤호텔에서 기계산업진흥회 등의 주최로 열린 ‘기계의 날’ 행사에서 중소·중견기업 부문 ‘올해의 기계인’상을 받았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포집해 제거하는 장치인 ‘집진설비’ 국산화에 앞장서는 등 지난 50여년간 국내 기계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회장은 1963년 한국전력에서 마산화력발전소 내 집진설비 설치공사를 맡았다가 이 분야 전문가가 됐다.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집진설비를 뜯어보니 제어기 등 특수 부품만 제외하면 국산 제품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이 회장은 2년 뒤인 1965년 군산화력발전소 건설 때 집진설비 국산화 작업에 성공했다.

그는 1973년 KC코트렐을 설립했고 집진설비 분야에서 국내 1위 기업으로 키웠다. KC코트렐의 국내 집진설비 시장점유율은 현재 70~80%에 달한다.

2000년대 초반 아들 이태명 대표가 가업을 승계한 뒤에는 가스처리설비, 열교환기,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KC코트렐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21억원과 146억원이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만큼 해외시장에서 많이 팔고 있다.

이 회장은 “기술인에게 요구하는 부분은 시대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잘 만드는 능력만 있으면 뭘 만들어도 팔리는 시대였고 발상의 전환 같은 것도 필요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창조적 기술 없이는 경쟁자와 싸워 이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창조적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깊은 고민, 예전부터 해 온 것을 떨쳐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들보다 월등히 잘하는 능력이 창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솔직히 기술만 알지 회사를 키우는 것은 경영학을 전공한 아들(이태명 대표)이 다 했다”며 “지금도 나는 기술 부문만 훈수를 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캐나다 시몬 프레이저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왔다.

이 회장은 “기술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며 “KC코트렐은 대만 시장에서 글로벌 대기업들을 제치고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2억달러 규모를 수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업승계를 하면서 단돈 10원까지 전부 물려줬는데 정말 잘한 일 같다”며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뒤에도 10원 한 푼 가져온 적이 없는데, 이 때문인지 아들이 회사를 잘 꾸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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