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만큼 중요한 제대로 듣기…반박하려는 심리부터 버려라

입력 2013-11-15 06:58  

경영학 카페

상대방 말 끊지말고 응대
공감 키워야 대인관계 성공



“귀 있는 자는 들으라!” 2000년 전 예수는 사람들에게 자기 말을 귀 기울여 들으라고 요구했다. 지금은 예수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이렇게 말한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잠시 동안에도 정류장에 걸린 갖가지 광고문구가 시민의 눈앞에 나타나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한다. 기다렸던 버스에 올라타면 학원, 성형외과, 예식장 광고가 버스 벽면을 장식한다.

모두가 서로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역설적으로 우리는 누구의 이야기도 제대로 듣지 못한다. 이런 시대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으려면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흔히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은 공들여 배워야 하지만, 듣는 것은 귀 뚫린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소통이 강조되는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말하기에 앞서 제대로 듣는 경청 능력이다.

경청은 왜곡 없이 말하는 사람의 내용, 감정, 의도 등을 정확하게 알아듣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듣기로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다. 하물며 말의 내용, 말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 의도까지 듣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랴. 말하는 사람이야 할 말이 있으니까 집중력을 유지하기 쉽지만, 듣는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온전히 듣고 이해하는 일에만 신경을 쓰려니 더욱 집중력이 필요하다.

왜곡 없이 들으려면 소음을 제거해야 한다. 경청을 방해하는 소음 중에 물리적 소음은 차단하기가 쉽다. 문을 닫거나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 된다. 정작 제거하기 어려운 소음은 심리적 소음이다. 심리적 소음은 아무리 조용한 곳에서도 들려오고, 순식간에 우리의 관심을 분산시킨다.

대표적인 심리적 소음은 대화의 소재와 상관이 없는 잡념이다. 사람의 뇌에는 늘 뭔가 생각이나 이미지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들려오는 말이 흥미롭지 않으면 문밖에서 대기하던 잡념이 기다렸다는 듯이 문틈을 비집고 의식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다. 또 하나의 심리적 소음은 대화의 소재와 상관이 있으되, 상대방의 말에 반박하려는 나의 의식이다. 이 소음은 상당히 흡인력이 강력해서 그 유혹을 거절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혹자는 경청이란 ‘선입견에 근거해 상대방을 판단하려는 경향과 싸우는 의식과정’이라고까지 말한다.

소음을 차단한 뒤에 비로소 우리는 말하는 사람의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여기에는 비교적 단순한 인지 능력만으로도 충분하다. 더 나아가 상대방의 감정, 의도 등까지 들으려면 추가 능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공감능력’이라고 부른다. 이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심리학자 다니엘 골만은 공감능력이 사회적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고도로 복잡해진 사회에서 누구도 혼자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와 공감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보다 쉽게 협동을 이끌어내 성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공감 실천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대체로 남성보다 공감능력이 우수한 여성들의 대화사례에서 패턴을 발견하자.

첫째, 상대방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은 뒤, 앞 사람 말을 반복하거나 요약한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이 “오는 길에 재희 만났어”라고 말하면 앞 사람은 “어머, 오는 길에 재희 만났어!”라고 그 말을 반복한다. 굳이 반복할 이유는 없다. 확인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내가 당신 말을 듣고 있다는 표현의 일종이다.

둘째,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구체적 감정 단어를 사용해 공감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부인이 “글쎄, 백화점 직원이 물건 살 거 아니면 옷을 만지지 말라고 하잖아”라고 말하면 “그런 일이 있었어? 기분 많이 상했겠다. 듣는 내가 다 기분이 언짢아지네”라고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남편들은 종종 아내에게 답을 주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 마트나 가라고 그랬잖아.” 이렇게 말하면 감정의 불은 부부간의 이슈로 옮겨 붙게 된다.

나는 경청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자. 심리적 소음을 차단하려고 노력하는지, 공감을 표현하면서 듣는지 생각해보자. 경청의 고수를 보고 싶다면 소리꾼과 짝을 이루는 고수를 보면 된다. 소리꾼 옆에서 북을 두드리며 세 시간이건 네 시간이건 일편단심 소리꾼만 쳐다보며 장단을 맞추며 추임새를 넣는 고수는 정말 경청의 고수다. 그렇게만 하면 누구라도 경청의 달인이 될 수 있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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