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사랑에셋 해담 등 보험대리점(GA)에 ‘등록 취소’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수천건의 연금보험을 유치한 뒤 해지하고 재가입하는 방식을 동원해 보험사에서 이중으로 수수료를 받아 챙겼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왕들의 보험료 돌려막기를 통한 허위 계약 작성이나 유치 수수료의 일부를 고객에게 보험 가입 대가로 지급하는 관행 역시 초반에 집중적으로 보험 유치 수수료를 몰아주는 제도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의 모집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계약 초기에 수당을 미리 지급하는 선취 구조를 택하고 있다. 보험사나 보험상품마다 편차가 있지만, 설계사가 한 건의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 보험사에서는 전체 수수료 중 많게는 70%를 계약 체결 직후에 지급한다. 가입 첫 달을 포함해 첫해 지급되는 수수료는 전체의 75~99% 수준이다. 영국과 미국의 첫해 수수료 지급률은 각각 25~44%와 25~51% 수준으로 한국보다 낮다.
초반에 수수료를 몰아주는 구조에서는 설계사들이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보다 새로운 계약 체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와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한국이 영국과 미국보다 초기 보험계약 해약률이 높고 유지율이 낮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경희 상명대 금융보험학부 교수는 “수수료의 과도한 선지급 관행은 보험사들의 미환수 금액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보험사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수수료 지급 체계와 관련된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수수료를 장기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설계사가 계약을 체결했을 때 미리 지급하는 수수료 비중 한도를 현행 70%에서 2014년 60%, 2015년 50%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이다.
하지만 설계사들은 “이렇게 되면 월수입이 줄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설계사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사실상 사업비 감축 노력을 해야 하는 보험사들의 부담은 없고, 설계사들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셈”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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