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실수했다"…백기 든 오바마

입력 2013-11-15 21:34   수정 2013-11-16 04:08

웹사이트 먹통에 무더기 해지 … '오바마 케어' 가입기한 1년 연기

"기존 보험 유지하면 오히려 혼란 초래"
민주당도 비판 … 공화는 "영구폐지" 공세



[ 장진모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시행된 전 국민 의무보험인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의 부실 운영에 대해 머리를 숙였다.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50여분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실수했다. 나는 완벽하지도 않고 완벽한 대통령이 될 수도 없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보험 가입 웹사이트의 먹통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데다 기존 보험의 무더기 해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민의 불만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민주당이 오바마 정권의 최대 업적으로 치켜세워온 오바마케어가 이젠 역풍으로 돌아오고 있다.

○오바마케어 누더기 되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존 보험 가입자들이 오바마케어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1년간 더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오바마케어는 모든 건강보험이 응급실 만성질환 산모와 신생아 치료 등 10대 항목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보험 가입자들은 이를 충족하는 새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어길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한다.

보험사들은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최소 기준에 맞추려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요구해 고객들의 불안과 불만이 고조됐다. 게다가 오바마케어 보험 가입 웹사이트의 접속 차질로 보험을 갈아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자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는 여론(갤럽조사)이 보름 만에 47%에서 55%로 높아졌고,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도 30~40%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최근 “오바마케어 시행 후에도 기존 건강보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기존 보험을 1년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15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항복’을 선언했다. 그는 “기존 보험 해약에 직면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현재 가입한 보험에 만족해 유지하거나 해지된 보험을 되돌리기를 바란다면 이를 1년간 허용하겠다”고 14일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이번 조치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싼 기존 보험에 가입한 젊은 층과 건강한 사람들은 오바마케어 웹사이트를 통해 신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노약자들이 주로 오바마케어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고 보험사들은 우려했다. 워싱턴, 아칸소 등 일부 주 정부는 “이번 조치가 혼란만 더 부추길 수 있다”며 기존 보험 연장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리더십 흔들

오바마케어는 지난달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을 초래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불러온 정정 불안 요인이다. 공화당은 당초 오바마케어 시행을 1년 연기하지 않으면 예산안 통과와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올려주지 않겠다며 백악관과 맞서다 결국 17년 만에 셧다운이 발생했다. 당시 공화당 책임론이 부각됐지만 이번에 다시 상황이 역전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케어의 부실을 인정하면서 공화당에 승복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내에서도 오바마케어가 내년 중간선거와 2016년 대선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케어를 영구 폐지할 시점”이라며 “수정하거나 정착시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케어 폐지를 주장한 공화당 강경파인 티파티 세력이 다시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오바마케어 강행 의지를 강조하면서 시행 자체를 연기하거나 등록 기간을 늦춰야 한다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오작동 문제도 조만간 정상 가동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2005년 가을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서툰 대책을 떠올리게 한다”며 당시 부시 대통령 지지도가 급락한 점을 상기시켰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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