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계·바이오 등 中企人들 해외시장·환율 정보 교류
늦가을 필드 '웃음꽃'만발
[ 용인=서기열 기자 ]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니 눈 아래 억새밭이 펼쳐진다. ‘딱’ 하는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하얀 골프공이 억새밭을 넘어 노릇노릇하게 변한 페어웨이를 향해 날아간다. “굿 샷! 수출이 잘되니 공도 잘 나가는구만.” 동반자의 추임새에 ‘한빛회 골프동호회’의 2013년 마지막 월례회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대한민국 수출역꾼들의 골프모임 한빛회 골프동호회 월례회가 열린 지난 13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88CC. 16명(4팀)의 중소기업 대표가 88CC 서코스에서 늦가을 라운드를 즐겼다.
한빛회 골프동호회는 ‘한빛회’ 회원들의 골프 소모임이다. 한빛회는 한국무역협회,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이 2007년부터 시상하고 있는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탄 기업인의 모임이다. 전기·전자, 생활용품, 기계·금형, 의료·바이오·화학, 자동차부품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008년 결성된 한빛회 회원은 120명가량. 회원 수가 늘어나면서 2011년 골프동호회를 따로 만들었다.
골프 시즌인 3월부터 11월까지 월례회를 여는데 평균 4~5팀이 참가한다. 한빛회 골프동호회장을 맡고 있는 정영재 SBC리니어 대표는 “수출을 주로 하다보니 출장이 잦아 회원끼리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월례회에 참석해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회원들을 만나 5시간씩 골프를 치면서 업계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게 여러 모로 즐겁고 유익하다”고 말했다.
라운드가 시작되자 최대 화두는 채용이었다. 베어링업체를 운영하는 정 대표는 “김포에 있는 공장을 충북지역으로 이전해 확장하려고 하는데 좋은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경기 과천시에서 플랜트 사업을 하고 있는 김정신 OH시스템 대표도 “과천에 있는 회사도 서울에 비해 좋은 인재를 찾기 쉽지 않은데 지방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동감을 표했다.
대전에서 반도체 화학소재 업체인 DNF를 운영 중인 김명운 대표는 “3년째 골프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곳에 나오면 해외 국가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며 “회원들이 자기 회사가 수출하고 있는 국가의 정보를 훤히 꿰뚫고 있어 그 지역 시장을 공략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신 OH시스템 대표는 “수출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이어서 공통 분모가 많다”며 “환율 정보부터 자금을 투자받는 것에 대한 정보까지 주고받는다”고 했다.
골프장 곳곳엔 늦가을의 정취가 완연하다. 2~3주 전만 해도 푸른빛이 돌던 페어웨이 잔디는 거의 누렇게 변했다. 그 위에 떨어진 붉은 단풍잎은 가을 골프에 운치를 더한다. 해가 짧아져 라운드를 끝낸 오후 5시 무렵엔 벌써 해가 서쪽 산 사이로 뉘엿뉘엿 내려가고 있었다.
라운드가 끝난 뒤 시상식에서는 웃음꽃이 폈다. 드라이버 비거리 260m를 기록하며 롱기스트 상을 받은 강승구 케이원전자 대표는 “왕년에는 거리를 상당히 냈는데 요즘은 자꾸 짧아진다”며 “오늘 공을 잘못 맞춰 이 상을 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심상원 디지털존 대표는 실제로 101타를 쳤으나 신페리오 방식으로 계산해 69.8타가 돼 우승컵을 가져갔다. 심 대표는 “구력 5년 만에 이런 상을 탄 것은 처음이다. 참가자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수출역꾼들의 올해 마지막 골프 모임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용인=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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