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호주·캐나다 등 5개국과 단숨에 단일시장 효과"
반대 "사실상 日과 FTA 체결…산업계 큰 반발 부를 것"
[ 조미현 기자 ]
정부가 미국 일본 등 12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국과 개별적으로 사전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식 협상에 참여하기 앞서 비공식 협의를 통해 TPP 가입의 이해득실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TPP 참여 여부를 놓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기존 입장보다 한 단계 나아간 움직임이다.
최동규 산업통상자원부 FTA정책관은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TPP 공청회에서 “최종적으로 TPP에 불참하더라도 새로운 통상 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소한 TPP 참여 희망국들과 양자 간 사전 협의는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전 협의는 실제 교섭에 참여하기 전 협상국들과 요구사항을 조율하는 비공식 절차다. 일본도 2011년 11월 TPP에 관심을 표명한 이후 공식 교섭에 참여하기 전까지 1년4개월 동안 TPP 참여국들과 사전 협의를 벌였다. 최 FTA정책관은 “선입견을 갖지 않고 TPP 참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사전 협의 참여는 통상절차법에 따른 국회 보고사항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국회 보고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TPP 참여를 둘러싼 찬반 주장이 격렬하게 맞부딪쳤다. 업종별로는 섬유업계가 TPP 참여에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섬유업계가 가장 많이 진출한 베트남이 TPP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TPP의 누적 원산지 규정이 채택될 경우 한국산 원자재 및 재료로 베트남에서 만든 제품을 주요 소비국인 미국 등에 수출할 때도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 경우 TPP 비회원국인 중국과의 원재료 수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섬유업계의 판단이다.
주성호 한국섬유연합회 과장은 “베트남 섬유제품의 원재료는 중국과 한국산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TPP에 참여하면 섬유산업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반면 농축산업계는 TPP 참여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 한·중 FTA 중단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등은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뉴질랜드와 호주, 캐나다 등 농축산물 수출국들이 높은 수준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며 “TPP 참여는 국내 농업에 대한 사망선고이며 제조업에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규환 서청주농협조합장도 “이미 FTA를 체결한 미국과 칠레가 추가로 농축산 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유화 수준이 높은 TPP에 가입하면 농업 분야는 이중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TPP 가입 효과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다. 김정수 한국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TPP에 참여하면 우리와 FTA를 맺지 않은 일본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캐나다 등 5개국과 단숨에 단일 시장을 형성하게 돼 FTA 협상에 따른 국내 정치·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TPP 참여는 사실상 한·일 FTA를 체결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대일 무역 역조와 소재부품산업·공산품 등의 피해를 우려해 한·일 FTA 협상을 중단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산업계의 큰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TPP
Trans-Pacific Partnership. 2015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미국 일본 캐나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페루 칠레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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