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기와 질투를 법으로 만든 임원 연봉 공개

입력 2013-11-15 21:54   수정 2013-11-16 06:56

금융위원회가 연봉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들의 보수를 공개하기 위한 세부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달 29일 이후 제출하는 분기·반기 실적보고서 등에 해당 임원들의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상장사는 물론 외부감사 법인과 회사채 등 증권을 공모했던 기업까지 포함돼 모두 2050곳이 대상이다. 이 중 지난해 등기임원의 1인당 연봉이 5억원을 넘었던 기업은 196개사, 임원은 623명이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고액 연봉을 둘러싼 논란이 정례적으로 벌어지게 생겼다.

임원들의 연봉 공개 의무화는 기업의 과도한 보수 지급을 감시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렇지만 적정한 보수 수준을 판단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성과급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어떤 보상체계가 최적인지는 누구도 말할 수 없다. 제조회사 금융회사 등 사업 특성에 따라서도 다르다. 임원 보수 공개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일된 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이사회에서 연봉을 정하기 때문에 일찍이 1938년부터 주총 공개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경쟁 사회적 특성이 우리와는 다르다. 최근에는 스위스가 연봉공개를 의무화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했고 일본도 2010년에 1억엔 이상인 임원보수에 대해 공개를 제도화했다. 대중민주주의가 만들어 내는 질투와 시기심이 정당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독일은 이사회 권한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도입하지 않고 있다.

임원보수를 공개해서 뭘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여론재판을 통해 당사자들을 망신시키고, 대중에겐 불만을 자극하거나 좌절감을 안기는 결과로 귀착되기 십상이다. 노조와 시민단체가 임원보수 문제에 끼어드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 아예 배 아픈 것을 제도화하자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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