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죽은 자의 디지털 자산

입력 2013-11-17 20:59   수정 2013-11-18 05:31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 오춘호 기자 ]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가족은 이들의 미니홈피를 운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웹사이트 관리 회사에 전해왔다. 하지만 해당 웹사이트는 이를 거부했다. 이용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이용자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법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유명 배우가 자살하거나 사망할 때마다 홈페이지의 존속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어왔다. 아예 팬들의 요청에 의해 지금은 분향소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홈피도 있다.

디지털 공간은 본인이 죽어도 여전히 살아 있는 세계다. 고인의 흔적이 깔끔히 없어지지도 않고 완전히 살아있지도 않는 회색의 좀비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 공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논쟁은 각국마다 첨예한 이슈다.

미국에선 2004년 이라크에서 전사한 병사의 아버지가 아들의 이메일을 열어달라고 관련 회사에 요청했지만 해당 웹사이트는 이를 거절했다. 디지털 자산은 의사 면허나 변호사 면허처럼 그 사람의 일신(一身)에 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취득 또는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에서 결국 아버지가 승소했다. 이메일의 경우 친족이 열람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일본에서도 유명 여배우 이지마 아이가 사망한 뒤 그의 블로그 존폐를 놓고 팬들과 운영회사 간의 다툼이 있었다. 지금 이지마의 블로그는 운영회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게임 머니나 아이템이 포함된다면 문제가 간단하지가 않다. 현행법은 상속이 허용되지 않는다. 애플의 아이튠즈 또한 구매한 음원에 대한 상속 또는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다.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논쟁은 미국에서 더욱 불붙고 있다. 오클라호마주나 아이다호주는 유형의 자산처럼 디지털 유산도 상속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로드아일랜드나 코네티컷주는 이메일만 상속하도록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다. 법안을 성안 중인 다른 18개 주들은 쉽게 결말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구글은 아예 올해 초 자사의 지메일(G-mail)이나 유튜브 등의 사용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데이터를 처리할 시점을 가입시 미리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사용자는 계정에 남은 각종 데이터를 가족이나 친구 등 지정한 사람에게 상속하거나 완전히 삭제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유산은 상속인에게 상속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김장실 의원(새누리당) 등에 의해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완전히 잊혀질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곧 나오지 않을까.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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