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은 낮추어 단일화하고
소득세 감면은 축소해 세원 넓혀야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 wsong@keri.org>
지난 8월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이후 세제개혁의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방안이 증세냐 아니냐 하는 논의에서부터 야당인 민주당의 법인세 인상, 부자증세 주장까지 논쟁이 어지럽다.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도 문제지만 세금부담 주체와 세율인상 효과에 대한 고민 없이 부자증세를 마치 주문처럼 되뇌는 야당의 행태도 문제다. 이제는 바람직한 세제개혁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야당 모두 고민하고 있는 것은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다. 야당과 진보 진영은 보편적 복지가 구현되는 복지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부 여당도 복지 확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복지제도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고령화 등으로 인해 복지지출은 크게 늘어나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고 이 부담은 모두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복지 확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의 복지제도의 개혁이다. 그러나 복지제도의 개혁이 이뤄져도 재원의 문제는 남는다. 또 복지재원 마련에 세제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부자증세 논의의 근거를 보자.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세력은 한국 사회가 복지국가로 발전하는 것을 위협하는 요인이 저출산·고령화 외에 불평등구조의 심화, 경제력 집중의 확대라고 본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고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평과세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평과세란 고소득층 및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의미한다. 민주당이 과세표준 5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 소득세 최고세율 45%를 적용하고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의 신설 및 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이와 같은 부자증세의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복지확대 필요성의 적절성 여부는 논외로 하고 소위 부자증세의 효과만을 보더라도 이런 논의는 문제가 있다. 먼저 법인세 증세를 통해 복지확대에 활용할 수 있을까. 일시적으로 가능할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법인세 증세는 고용의 기회를 축소하고 투자를 제약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네 번째로 높아 법인세 증세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오히려 법인세 세원의 축소를 가져와 복지확대에도 부정적이다. 또 법인세는 부담의 주체가 불분명해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 인상을 통해 누진도를 높이는 것은 조세형평성을 제고하거나 소득재분배에 기여하는 바도 없다.
고소득층 소득세율 인상 방안 또한 현행 소득세제의 특징을 고려할 때 세수 확보뿐만 아니라 소득재분배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 소득세의 문제점은 고소득층의 낮은 세부담이 아니라 과도한 소득공제와 고소득층을 제외한 다수 국민에게 적용되는 낮은 실효세율로 인해 세입기반이 약해 세수확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소득세는 세부담의 누진도가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어 누진도 강화에 따른 소득재분배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복지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은 법인세, 소득세 모두 세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비효율적이며 재분배 기능도 없는 법인세의 경우 세율 인하 및 단일세율 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기업의 투자, 고용을 촉진해 법인세 세입기반 확대 및 세수 증가, 복지재원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소득세제의 경우도 고소득층 세율 인상이 아니라 소득세의 비과세감면 축소 및 합리화로 면세점을 인하해 세수확보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여전히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의 효율적인 조세 체계가 정답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 wsong@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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