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이한 환자이송·진료후 급여청구 적법"

입력 2013-11-17 21:28   수정 2013-11-18 04:54

순영재단, 정부 상대 환수 소송 일부 승소
유사소송 잇따를 듯…복지부 "항소할 것"



[ 정소람 기자 ] 의료진 부족 등으로 입원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했다면 실제 진료한 병원에서 의료·급여 비용을 청구한 행위는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비슷한 사정으로 급여를 청구했다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다른 병원들의 유사 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기계적인 과징금 부과 안 돼”

서울행정법원 제1부(부장판사 이승택)는 순영재단 이사장 황모씨가 보건복지부장관·국민건강보험공단·사천시장을 상대로 낸 17억원대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및 요양급여 등 환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정하고, 복지부 등 피고가 원고 측에 14억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다른 의료기관 장의 동의를 받아 그 의료기관의 시설·장비 및 인력 등을 이용해 진료할 수 있다”며 “입원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옮겨(전원) 진료한 조치는 비록 사전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의료법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이며 이에 따른 급여비용 청구는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순영재단은 경남 사천에서 경상남도립정신병원·경남도립사천노인전문병원·순영병원 등 3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재단이다. 2000년대 중반 이 재단은 3개 병원의 시설·인력·장비 공동 이용 현황 자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고 일부 환자를 다른 병원에 보내 치료·입원하게 하는 등 공동 운영했다. 2009년 6~8월 순영병원 내 유일한 정신과 전문의가 갑자기 사직하자 65명의 환자를 도립정신병원으로 보내 진료를 받게 했고, 이후 도립정신병원에 노조 파업 상태가 발생하자 일부 입원 환자를 순영병원 병동으로 옮겨 치료했다.

그러나 의료급여 및 요양급여 등 청구시에는 이와 같은 사실을 명시하지 않고 순영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진료비용까지 모두 도립정신병원 명의로 청구했다. 이에 복지부는 “사전 신고 없이 입원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 명의로 급여를 받아낸 행위는 위법”이라며 2011년께 총 17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이미 입원해 있던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중단할 수 없고 많은 환자를 곧바로 퇴원시키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어서 환자들을 전원 조치한 것은 부득이한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간호인력의 경우 다른 병원에서 중복 산정하지 않았던 점 등 급여비용청구 관련 법령을 위반한 정도가 경미하거나 참작할 사정이 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과징금 금액을 정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방서 유사 소송 잇따를 듯

이번 소송을 계기로 복지부의 ‘묻지마식 규제’에 제동이 걸리는 한편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복지부는 2007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병·의원과 보건소 716곳에 대한 조사를 벌여 이 중 527곳(73.6%)에 부당 내역이 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방 병원들을 중심으로 인근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고 의료 급여를 청구했다가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례도 다수 포함돼 있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복지부가 법을 너무 기계적으로 해석해 과도하게 규제한 사례”라며 “비슷한 처분을 받은 다른 병원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복지부 관계자는 “1심 결과이기 때문에 곧바로 행정 처분 기준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항소심에서 적법 여부를 다시 다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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