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풍수] 광릉수목원은 '흉물 지형'이었다

입력 2013-11-18 06:58  

[ 문혜정 기자 ] 광릉수목원(국립수목원)에는 계유정난을 일으켜 용상에 앉은 세조의 능(광릉)이 있다. 능이 조성된 뒤 능역 안의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도 없애지 못하도록 했으니 550여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에는 늙은 전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광릉수목원은 생태계의 보고답게 자생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공기가 상쾌해 휴양림으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국법으로 광릉 내 벌목을 금지한 배경에는 풍수적 이유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운악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광릉은 지금도 크고 작은 바위들이 빼곡하다 싶을 만큼 능 주변에 많이 흩어져 있다. 땅에 살짝 얹힌 바위도 있고 돌부리를 땅속에 깊게 박은 것도 있다. 모두 베고 찌르고 누르는 살기를 내뿜는다. 풍수로 봐서는 흉물들이다.

‘예종실록’에는 “이곳은 돌이 많아 (능지로) 쓸 만하지 못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인 예종은 풍수지리 전문직 관원인 안효례의 의견을 듣고 부왕의 능지로 정했다. 문제는 능 주변 바위의 살을 제거해야 했다는 것이었다. 능에서 바라보이지 않는 곳으로 바위를 몽땅 치워버리면 간단한데 이런 공사는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필요로 했다. 예종은 차선책으로 숲을 조성해 바위를 가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국 광릉 숲은 널브러진 바위 덕분에 기후조건에 맞춰 숲의 생태계가 안정된 ‘극상림(極相林)’이 된 것이다.

광릉은 정자각을 가운데 두고 세조의 능은 오른쪽 산기슭에, 세조보다 15년 뒤에 운명한 정희왕후의 능은 왼쪽 능선에 있다. 조선 최초로 능역의 배치는 같으나 줄기와 형태가 다른 ‘동역이강(同域異岡)’식 왕릉이다.

이것도 풍수로 따져봐야 비밀이 풀린다. 명당에 부부의 묘를 쓰면 그곳의 생기는 부부가 나눠 받는다. 대신 각각 다른 명당에 묘를 쓰면 생기를 제각각 독식해 후손의 부귀가 더 커진다. 세조는 자신의 혈통을 이어받은 후손이 계속해서 왕위를 계승하려면 왕비 역시 명당에 묻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장소에 왕과 왕비 능을 함께 마련하지 않고 두 배의 풍수 효력을 얻고자 가까이 붙은 두 개의 산줄기에 각각 능을 조성한 것이다. 당시로써는 새로운 시도였다.

풍수의 발복설을 굳게 믿은 세조는 유언으로 “내가 죽으면 속히 썩어야 하니 석실과 석곽을 사용하지 말고 병풍석을 쓰지 말라”고 했다. 명당도 육탈(시신의 살과 피가 흙이 됨)이 돼야만 발복이 일어나는데, 병풍석을 능침 아래쪽에 세우면 공기 소통을 방해해 육탈이 더디게 일어난다. 석실을 만들고 석곽 안에 시신을 안치하던 관례도 바꿔 흙과 석회로 광중(시체가 놓이는 무덤의 구덩이 부분)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석관의 찬 기운 때문에 육탈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광릉은 조선 왕조가 솔선수범해서 검소함을 실천한 능역이라고 해서 왕릉 조성의 모범이 됐다. 능침의 규모가 이전 능에 비해 작고 병풍석과 석실을 만들지 않아 백성의 부역과 재정지출을 반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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