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옥시크린 공통점은…출연硏 작품

입력 2013-11-19 20:46   수정 2013-11-20 04:13

소득 3만弗 시대 국가 R&D (1) 대한민국을 바꾼 연구개발

KIST·ETRI 등 R&D 50여년, 초기 기술개발 창조경제 견인
우리별 인공위성·휴보 개발…KAIST 등 특성화대도 '한몫'



[ 김태훈 기자 ]
#1. 미국, 일본이 4메가(M) D램 시제품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986년. 정부는 서둘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 공동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반도체통신 금성반도체 현대전자 등이 함께 참여했고 3년 만인 1989년 2월 4M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1990년대 256M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반도체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됐다.

#2. 빨래할 때 사용하는 산소계 표백제 ‘옥시크린’은 현재 영국계 옥시레킷벤키저가 유통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개발한 것은 한국화학연구원이다. 작고한 동양화학의 이회림 회장이 1979년 화학연에 연구를 의뢰해 개발한 게 바로 옥시크린이다. 화학연은 이 개발을 통해 연간 수천만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만들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이 한국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은 사례들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D램, 옥시크린처럼 정부 출연연구소와 대학들이 초기 개발을 주도한 사례는 더 많다. 이처럼 1980~1990년대 대한민국의 고속 성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이들 정부 R&D 기관의 역할이다. 국가 R&D 성과를 기술 이전, 창업으로 이어가는 창조경제를 만드는 것은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3회에 걸쳐 한국의 국가 R&D 전략을 점검한다.


◆3000억원 기술료 CDMA 개발

국내에서 본격적인 R&D가 시작된 것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에도 못 미치던 1966년이다. 그해 미국의 원조 920만달러를 받아 경제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첫 종합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설립하면서부터다. 문길주 KIST 원장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포스코의 기초설계를 담당하고 메모리칩 원형을 만들어 삼성에 제공한 것도 KIST였다”고 소개했다.

50여년 국가 R&D 역사에서 가장 빼어난 기술사업화 성과를 낸 곳은 ETRI다. 1991년 세계 10번째로 디지털 전자교환기(TDX)를 개발해 통신 네트워크의 비약적 발전을 주도했다. 1996년에는 미국 벤처기업 퀄컴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 개발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거둔 기술료 수입만 3183억원에 달한다.

◆스핀트랜지스터, 면역세포 치료 주목

2000년대 들어 출연연, 대학 등의 기술사업화 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단순 응용이 아닌 원천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KIST는 전자의 이동을 이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자성에 의해 전자가 회전(스핀)하는 성질을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인 스핀 트랜지스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장은 인체 내의 면역(NK)세포를 외부에서 배양해 암 치료에 사용하는 세포 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 한국전기연구원의 초전도 케이블 등도 주목받는 성과 중 하나다.

용홍택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공동체정책관은 “출연연, 대학 등의 연구 수준이 높아졌지만 기술사업화 비율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게 사실”이라며 “이들이 개발한 기술과 연구 성과를 꿰어 보배를 만드는 것이 창조경제 실현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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