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행장이 부행장 시절부터 하루도 안 거르고 5년째 절한 횟수
[ 박신영 기자 ] 불교 신자인 조준희 기업은행장의 하루는 108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08배를 하면서 하루를 설계한다. 1배 할 때마다 만나야 할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나눌 대화를 생각하기도 한다. 횟수가 늘수록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무아의 세계로 빠져든다. 마지막 절을 하면서 겸손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빌어보기도 한다.
부행장 시절 시작한 108배는 올해로 5년째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금까지 1733일(10월19일 기준) 동안 총 18만7164배를 했다. 그에게 108배를 권한 사람은 불자가 아니라 교회 장로인 기독교 신자였다. 친한 선배인 그는 108배를 하면 건강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진다며 추천했다.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이 권할 정도면 뭔가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08배 운동효과→한 번 절할 때마다 무릎 허리 등 전신운동이 됐다. 108배를 끝내고 나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만큼 운동량이 많았다. 108배를 시작한 뒤 웬만한 병 한 번 앓은 적이 없다는 게 조 행장의 설명이다. 행장 부임 후 전국 지역본부를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고도 다음 날 한 번도 지각이나 결근을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믿는다.
자연히 108배 전도사가 됐다. 108배를 하려면 방석 염주 무릎보호대 등 장비를 갖춰야 한다. 그는 지인들에게 ‘108배 세트’를 선물하며 적극 권유한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운동처럼 생각하고 시작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108배는 ‘마음 운동’이기도 하다. 바쁜 일상에서 잊고 지내기 쉬운 주변의 고마운 사람을 한 사람씩 떠올리며 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다. 조 행장은 “쾌적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 아주머니들을 위해서도 108배를 하는 동안 기도한다”고 말했다.
많은 경영 아이디어도 108배를 통해 만들어졌다. 조 행장은 108배를 하는 동안 항상 깨끗한 종이를 옆에 둔다. 단순한 절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게 되고, 그 와중에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잊기 전에 적어 두기 위해서다. 그가 2010년 말 취임 후 내놓은 많은 아이디어가 그렇게 빛을 봤다. 업계에서 화제가 됐던 송해 씨의 광고모델 발탁, 10% 미만으로 대출 최고금리 인하, 원샷 인사 등이 대표적 사례다.
108배를 하는 동안 가장 많이 염원하는 것은 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이다. 조 행장은 “1만2000명 직원 모두가 행복해하는 출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고 싶다”며 “그 일을 해낸다면 한 인간으로서 정말 성공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