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철학'이 결여된 방송발전 종합계획

입력 2013-11-19 21:34   수정 2013-11-20 05:35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한 발전정책
지상파·유료방송 모두 불만 팽배
사업자 아닌 시청자 위한 정책 펴야"

이상식 < 계명대 교수·언론영상학, 객원논설위원 sahangshiklee@gmail.com >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해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종합 계획은 방송정책의 역사상 의미있는 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방송정책이 땜질식 접근이었기 때문에 방송 종합정책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1990년대는 ‘선진방송 5개년 계획’(1995년), ‘방송개혁위원회 보고서’(1999년)와 같이 종합정책 수립 활동이 활발했으나, 그 이후엔 종합적인 방송정책이 없었기에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방송철학이나 이념 같은 ‘얼(spirit)’이 빠져 있다. 방송 정책은 방송 철학에 근거해 있을 때 깊이가 있고 힘도 있다. 시청자의 이해보다는 방송 사업자들의 이해 조정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은 추진하는 데 힘이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계획은 다양한 방송 정책을 망라하고 있지만,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하다. 공개토론회장에서 만난 한 방송전문가는 “모든 것을 담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이 종합 계획을 두고 지상파방송 업계는 유료방송을 위한 계획만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와 다채널 서비스(MMS) 허용이 지상파방송을 위한 특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동안은 방송사업자들의 민원성 방송 정책들을 담고 있었기에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 방송 발전에 대해서는 아예 거론조차 되고 있지 않은 점에서 보면 정부는 방송의 지역성을 포기한 것 같다.

방송 철학의 결여는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정책과 관련해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 계획은 미디어 복지 강화 차원에서 유료방송에서도 보편적 서비스를 실현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유료방송의 최소 상품 의무화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는 철학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애매모호한 추상적 개념이다. 법적 근거도 약하다. 유료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정책은 현재 923만 가구에 달하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구를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는 훌륭한 정책이다. 스마트 미디어 산업 육성이나 차세대 방송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이 보고서에서 여러 쪽을 할애했으나, 보편적 서비스에 대해서는 단 한 줄뿐이다. 이 계획이 공익성을 소홀히 하고 방송 산업에 편중됐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주최해 종합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은 매우 높이 살 만하다. 그런데 미래부와 방통위의 방송을 바라보는 이념과 철학이 달라 추진 과정에서 부처 간 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정부 조직을 설계할 때 미래부는 진흥, 방통위는 규제 부서로 자리매김했다.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면 추진 주체 간 긴밀한 협의는 물론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이 계획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15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안이 미래부, 방통위, 문체부가 합의해 내놓은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초고화질(UHD) 방송에 대해 미래부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산업 경쟁력을 강조하고,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가 주장하는 보편적 서비스라는 공공 이념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공익성이 강조되는 지상파방송과 상업적 성격의 유료방송은 매체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료방송을 진흥하기 위한 미래부와, 지상파 방송을 담당하는 규제기관으로 방통위를 분리하도록 설계한 정치적 결정은 이번 계획을 실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상식 < 계명대 교수·언론영상학, 객원논설위원 sahangshiklee@gmail.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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