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서울대의 나비효과…'입시 도미노' 문제 있다

입력 2013-11-20 09:04   수정 2017-07-01 10:07

주요대학 '연쇄변화' 불가피… 수험생 혼란 대책마련 시급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지난주 서울대의 '나비효과'가 주요대학을 강타했습니다. 서울대가 14일 정시 모집군을 변경하고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2015학년도 입시변경안을 발표하자 바로 다음날 연세대·고려대 등 주요대학이 잇따라 정시 모집군 이동을 포함한 새 입시안을 내놨습니다.

마치 하나가 쓰러지면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도미노 같았다고 할까요. 대학서열의 꼭짓점에 있는 서울대가 입시제도를 바꾸면 다른 대학들이 영향을 받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서울대는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의 배경으로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을 꼽았습니다. 정시를 수능으로만 선발하고 모집군을 기존 '나'군에서 '가'군으로 옮기는 데 대해선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형요소를 단순화 했으며, 입학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 모집군을 변경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연세대·고려대가 가군에서 나군으로 자리바꿈 했으며 서강대도 기존 나군에서 가군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이들 대학은 '수험생 선택권 보장'을 이유로 들었죠. 정시에서 한 모집군에 한 대학만 지원해야 하는 특성상 주요대학이 같은 모집군에 몰리면 지원 기회가 제한된다는 논리입니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서울대 입시변경안 발표 하루 전날 연락을 받았다"며 "그렇게 급하게 통보하고 발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도의가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쉽게 말해 너무 센 상대(서울대)와 안 붙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대학 입장에선 우수학생 확보가 중요하고, 학생 입장에서도 가고 싶은 대학들이 몰려있으면 곤란하니 서울대가 움직이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서울대가 다소 기습적으로 입시제도 변경안을 발표함에 따라 다른 대학들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자발적으로 새 입시제도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이들 대학에 진학을 원하는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서울대야 나름대로 연구해서 입시변경안을 발표했다 쳐도, 다른 대학들은 과연 입시제도를 깊이 연구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우려스럽다"며 "수험생 선택권 확대 취지 자체는 좋지만 혼선을 빚을 수 있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대학들의 내년 입시제도 변경안은 큰 방향 위주로 발표됐습니다. 영역별 가산점 부여 같은 세부 조치는 명시되지 않았죠. 문·이과 유·불리 판단이나 교차지원 허용에 따른 부차적 요구사항은 없는지 등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들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임 대표는 "예를 들어 수능 수학 B형 응시에 가산점을 크게 주거나 하면 아무리 교차지원을 허용한다 해도 사실상 문과 학생은 이과로 가기 어렵다"며 "단서를 붙이거나 조건을 달아 발표를 공허하게 만들어버리면 곤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당장 다음 주부터 서울권 특목고 입시가 시작되며 현재 고1 학생들도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문·이과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라며 "대학들이 빠른 시간 안에 정교한 내용의 후속 세부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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