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 지난 17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버스로 2시간30분가량 동북쪽으로 이동해 찾아간 혼다자동차 도치기 연구개발(R&D)센터. 1986년 설립된 이 센터는 세계 혼다 연구소의 중심지로 미래기술 연구, 글로벌 차종 개발을 담당하는 곳이다. 센터 내에는 48만㎡의 연구단지와 145만㎡에 이르는 성능 시험장이 같이 있어 테스트 드라이브 결과를 연구개발에 바로 적용한다. 야마모토 요시하루 도치기 기술연구소 대표는 “혼다는 미국 브라질 유럽 인도 중국 등 글로벌 5개 지역에 23개 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각 지역에 맞는 기술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남아프리카에도 연구개발 거점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혼다 친환경 자동차 개발 전략 박차
R&D센터에 들어서자 ‘The power of dreams(꿈의 힘)’라는 혼다의 기술개발 슬로건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든 사람을 위한 ‘안전’ ‘친환경’ ‘운전하는 즐거움’을 고려한 차를 만드는 게 혼다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혼다는 정확히 2년 전인 2011년 11월 지구 환경 보호의 필요성과 달리는 즐거움에 대한 꿈, 두 가지를 모두 실현하는 기술인 ‘어스 드림 테크놀로지(earth dreams technology)’를 발표했다. 차세대 신형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동력 성능과 연료 효율성을 개선한 친환경 자동차 및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고율을 제로 수준까지 줄이는 첨단 안전기술을 적용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성능 시험장으로 이동하자 초소형 전기차(EV) ‘MC(마이크로 커뮤터)-베타’의 ‘데모카(실험용 자동차)’가 시연 중이었다. 이 차는 혼다가 최근 개발하고 있는 지능형 운전시스템, 자동 주차 기능 등 혁신적인 신기술을 적용한 미래 이동 수단이다.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하지 않아도 컴퓨터(태블릿PC) 원격 조정으로 자율주행과 주차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 현재 구마모토현과 사이타마시, 미야코지마시 등 3개 지역에서 시험 운행을 준비 중이다. 혼다 기술연구소는 향후 5년 내 양산차로 내놓을 예정이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혼다는 앞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 적극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 등 신형 파워트레인
이날 혼다는 아시아·태평양지역 10여개국 기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새로 개발한 ‘VTEC(브이텍)’ 터보 직분사 엔진 3종(3기통 1.0L, 4기통 1.5L, 4기통 2.0L 터보차저 엔진)을 발표했다. 최근 자동차업계의 추세를 반영한 다운사이징 기술을 적용했으며, 높은 출력과 뛰어난 연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소형차 피트, 중형차 어코드 등 앞으로 혼다의 글로벌 차종에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280마력 이상 고출력을 내는 2.0L 터보 엔진은 2015년 출시 예정인 ‘시빅 타입-R’에 장착된다. 혼다는 이 차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륜구동(앞바퀴 굴림) 모델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코스로 유명한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가장 빠른 전륜구동 차의 랩타임은 8분7초다.
노나카 도시히코 R&D센터장은 “직접 빅 타입-R을 타봤는데 엄청나게 빨랐다”며 “뉘르부르크링 서킷 한 바퀴를 가장 빠른 8분 이내 주파하는 것을 목표로 시험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혼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토크 컨버터가 내장된 8단 듀얼클러치(DCT)도 공개했다. 노나카 센터장은 “토크 컨버터를 적용할 경우엔 저속 주행감이 떨어지는 DCT의 약점을 보완하고 더욱 민첩한 변속과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도치기=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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