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국의 자존심…남자들이 설렌다

입력 2013-11-21 06:58  

[ 최진석 기자 ]
지프 뉴 그랜드 체로키, 오프로드에 도심까지 '팔방미인'

가죽으로 감싼 대시보드
ZF 8단 자동변속기 채택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미국에서 탄생한 지프(Jeep)는 정통 오프로더의 원조다. 당시 미국을 포함한 연합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했다. 장군과 같은 지휘자들이 지프를 타고 전장을 누비며 작전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프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존재감은 크다. 기자가 어렸을 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봐도 “와! 지프차다”라고 소리치곤 했다.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 중에서도 가장 크고 럭셔리하다. 이달 초 출시된 뉴 그랜드 체로키는 2010년 첫선을 보인 후 3년 만에 등장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다. 도심과 오프로드(비포장도로) 두 곳 모두를 만족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으로 이번에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2~3년 새 기력을 회복한 뒤 공격 경영에 나서는 시점에서 등장한 차량이어서 그런지 내외관이 확연히 좋아졌다.

겉모습은 이전 모델보다 한층 세련되게 바뀌었다. 앞부분에 지프를 상징하는 7개의 라디에이터 그릴인 ‘7슬롯’이 있다. 이 7슬롯의 세로 길이가 짧아졌다. 대신 앞면 하단부가 두터워지면서 존재감이 한층 웅장해졌다. 이전 모델은 차체의 모서리가 각이 졌지만 새 모델은 모서리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 세련미를 더했다. 내부의 시트와 대시보드는 가죽으로 감쌌다. 실내 곳곳에 적용된 우드트림도 무늬와 마감처리 등이 고급스러워졌다. 실내만 보면 유럽산 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시동을 걸고 달려봤다. 3.0L 디젤 엔진이 뿜어내는 최고출력 241마력, 최대토크 56.0㎏·m의 성능은 공차 중량(빈 차의 무게) 2.4t짜리 뉴 그랜드 체로키를 어렵지 않게 끌고 다녔다. 이번에 처음 적용된 독일 ZF사의 8단 자동변속기는 만족스러운 변속감을 선사했다. 덩치는 커도 핸들링이 민첩해 날쌘 움직임을 보였다. 댐핑 스트로크(서스펜션이 상하로 움직이는 거리)가 생각보다 길어 승차감도 좋았다.

오프로드 주행성능도 발군이었다. 지형에 따라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셀렉트 터레인’ 시스템이 한 단계 진화했다. 기존에는 ‘샌드(모래)/머드(진흙)’가 통합돼 있었지만 두 개로 분리됐다. 또 △오토모드 △스노모드 △록(rock)모드 등 총 5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경기 양평에서 오프로드 주행 및 도하(渡河)를 해봤다. 20인치 타이어와 최고 106㎜까지 올라가는 높은 지상고 덕분에 거친 길을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강을 건널 때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잘 넘어왔다. 도심주행과 오프로드 정복을 단 한 대의 차로 꿈꾸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차량인 것 같다. 랜드로버나 BMW X5 등 경쟁자로 지목되는 모델보다 가격이 낮아 만족도는 더 클 것이다.

양평=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포티에잇, 날랜 몸놀림·우렁찬 배기음 "캬~"

20~30대 고객층 겨냥
1200㏄ V형 2기통 엔진

할리데이비슨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의 모터사이클 브랜드다. ‘스포스터 포티에잇(48)’은 100살이 넘은 할리데이비슨의 회춘 프로젝트 중 하나로 탄생한 제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30대 고객층을 겨냥한 모터사이클로 스포티한 주행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모델명에 스포스터(sposter)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만으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현재 스포스터 산하에는 총 다섯 종류의 모델이 있다. ‘슈퍼로우’와 ‘883 로드스터’ ‘아이언 883’ ‘세븐티투(72)’ 그리고 ‘포티에잇’이다. 이 중 포티에잇은 스포스터 가운데 맏형 격이다. 맏형이라 해도 상위 그룹에 ‘다이나’, ‘소프트테일’, ‘투어링’ 등 대형 모터사이클들이 즐비하니 전체 모델 중에선 작은 편에 속한다.

덩치 큰 모터사이클이 부담스러운 초보자들에게는 다소 만만한 상대처럼 보이지만 포티에잇은 절대 입문용 모델은 아니다. 모터사이클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은 “오히려 큰 것보다 포티에잇 같이 작은 모델이 어렵다”고 말한다. 덩치가 작은 만큼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외관을 살펴봤다. 첫인상은 ‘멋지고 멋지다’다. 벌을 서듯 두 손을 하늘 위로 치켜들고 타야만 할 것 같은 할리데이비슨 모델 중에 이렇게 세련된 ‘녀석’도 있나 싶었다.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스페셜 에디션인 ‘하드 캔디 커스텀’. 연료탱크의 색깔이 ‘반짝이’가 들어간 처럼 빛이 나는 ‘메탈 플레이크’다. 용량이 8L로 다른 모델(12L)들보다 작다. 이 연료탱크는 1948년 출시된 ‘피넛’ 스타일을 재현한 것이다. 그래서 모델명도 포티에잇(48)으로 붙였다. 뛰어난 디자인은 장점이지만 기름을 가득 채워도 100㎞ 정도 달리면 바닥이 난다는 것은 약점이다. 이 때문에 장거리보다는 시내주행에 적합하다.

시동을 걸면 ‘투투둥’ 소리와 함께 1200㏄ V형 2기통 엔진이 힘차게 운동을 시작한다. 할리데이비슨 특유의 웅장한 배기음을 ‘포테이토’라고 부른다. 포티에잇의 배기음은 포테이토라고 하기엔 좀 약한 것 같지만 나름대로 듣기 좋았다. 날랜 몸놀림도 마음에 들었다. 초보자여서 속도를 많이 내진 못했지만 시속 60~80㎞로 달려도 충분히 재미있고 신나는 주행을 할 수 있다.

낮게 깔린 핸들바와 발을 차체 앞부분에 두는 포워드 스텝으로 인해 다소 거만하게 앞으로 살짝 수그리는 자세가 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내 익숙해졌고 일정한 속도로 바람을 맞으며 즐겁게 주행하는 데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티에잇은 양복에 배낭을 메고 타도 잘 어울리는 모터사이클인 것 같다. 20~30대 직장인들의 힘들고 고된 출퇴근길을 활력 넘치는 충전의 시간으로 바꿔줄 비책으로 추천한다.

용인=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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