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네라이] 더 강하게, 더 튼튼하게 진화했다…거친 바다 이겨낸 디자인

입력 2013-11-22 06:58  

라디오미르 & 루미노르


[ 임현우 기자 ]
파네라이 시계는 케이스 모양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라디오미르(RADIOMIR)’와 ‘루미노르(LUMINOR)’다.

둘 중 먼저 탄생한 것은 라디오미르다. 1936년 파네라이가 이탈리아 해군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세계 최초 군사용 방수시계의 이름이다. 당시 라디오미르 시계의 형태는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파네라이의 정체성으로 계승되고 있다. 지름 47㎜의 큼직한 스틸 쿠션 케이스, 야광 인덱스(숫자 표시), 다이빙 슈트에 최적화한 넓은 방수 스트랩(시곗줄) 등이 현재에도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 특징이다.

1940년대 들어 라디오미르 시계는 여러 혁신을 거친다. 이탈리아 해군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피렌체의 파네라이 공방에서는 기능과 역할을 높이기 위해 케이스 디자인을 조금씩 개선해나갔다.

1940년에 나온 라디오미르 케이스를 보면, 최초의 라디오미르 모델을 바탕으로 하면서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이전 모델과 달리 구부러진 금속 막대 형태의 와이어 스트랩 부착장치가 달리지 않았다. 특수부대원들이 바닷속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빠져버릴 위험이 있어서다. 대신 케이스와 같은 금속 블록으로 만든 큼직하고 견고한 일체형 러그(케이스와 시곗줄을 잇는 부분)가 장착됐다. 또 이전에는 스트랩을 교체하려면 와이어 스트랩 부착장치에 가죽줄을 걸어 바느질을 해야 했지만, 새 모델에서는 러그에 구멍을 뚫어 스트랩 고리 부분에 직접 끼워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스트랩을 교체하는 일이 더욱 쉽고 간편해졌다.

새로운 라디오미르는 몇 년 후 등장할 루미노르의 케이스 디자인을 예고한 것이었다. 기존 라디오미르에 비해 쿠션 형태의 윤곽선이 다소 완화됐고, 크라운(용두)은 더욱 큰 원통형이 됐다. 전체적인 두께도 15㎜에서 17㎜ 정도로 두꺼워졌다.

10여년의 진화를 거쳐 루미노르의 디자인이 완성된 것은 1950년이다.(사진) 루미노르는 라디오미르보다 사이즈가 더 크고, 독특한 크라운 보호 장치가 장착된 점이 특징이다. 크라운이 일반적으로 시계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철저히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시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디자인으로 이 또한 파네라이의 상징이 됐다. 시계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가 현대적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변모한 셈이다.

사실 라디오미르와 루미노르는 모두 야광 도료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라디오미르는 창업자 2세인 귀도 파네라이가 개발해 1916년 특허를 등재한 물질이다. 루미노르는 라디오미르의 뒤를 이어 1949년 특허를 받았다. 둘 다 라듐을 바탕으로 한 특수 혼합물로, 컴컴한 바닷속에서도 시간을 쉽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다이얼(시계판) 위의 인덱스를 야광 처리하는 데 쓰였다.

파네라이는 라디오미르를 개발하던 시절의 브랜드 정체성을 지금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라디오미르 이후에도 워치메이킹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독특하고 진정성 있는 타임피스 컬렉션을 꾸준히 출시해 왔다. 이탈리아 해군용 장비를 개발한 뒤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다이버 워치 메이커로서의 전통을 지켜 나가고 있다. 이런 특징은 파네라이의 모든 시계 컬렉션 속에 살아 숨쉬면서 역사와 기술, 디자인이 조화한 파네라이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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