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칼럼] (5) 가슴에 묻어야 할 아이들

입력 2013-11-22 17:41  

[ 이미나 기자 ] 아이가 죽으면 부모의 가슴에 묻힌다는데 이 아이들은 어디에 묻혀야 할까? 갈비뼈가 다 부러지도록 매질한 엄마의 가슴에? 골프채로 내려치던 아빠의 가슴에? 한 달이 넘도록 소금밥만 주던 엄마에게는 아이들의 작은 몸을 뉘일 자리가 있을까?
 
아동 정책은 아이들 피를 먹고 자란다는데 아이들이 떠난 이 세상은 달라질 수 있을까? 여덟 살 작은 몸이 죽도록 맞는 동안 아무도 몰랐던 세상, 집에 가면 소금밥을 먹고 변기물을 먹는다고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세상. 이 곳에 아이들의 피가 뿌려지면 달라질 수 있을까?
 

 
뺨을 맞은 아홉 살 아들이 엄마를 신고하자 사정은 들어보지도 않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흥분하던 어른들. 학교에서 체벌을 못하게 하니 학생들을 통제할 수 없고 교권도 추락했다고 이야기 하는 어른들의 가슴에는 이 아이들을 위한 자리가 있을까? 아이들은 맞아도 되는 존재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동성폭력 기사 아래 온갖 선정적인 광고를 붙여 놓는 어른들. 아이들을 위한 정부 예산을 두고 몇 해를 싸우는 어른들. 여론이 들끓기 전에는 케케묵은 법 하나 개정하지 않는 어른들의 마음에는 아이들을 위한 자리가 있을까?
 
이 아이들을 이대로 보내버린다면 이 땅에 아무리 많은 피가 뿌려져도 아이들을 위한 세상은 오지 않는다. 차가운 욕조에서, 흉기로 변해버린 안마기 아래에서 겁에 질려있었던 아이들을 잊어버린다면 아동 학대 없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 이 아이들을 기억하고 아이를 구하지 못했던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
 
가해자의 83%가 부모이고 가정 내에서 학대가 반복되는 상황을 끝내려면 폭력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해 내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과 상담으로 아이들을 살펴봐야 하고 예방교육을 통해 폭력이 무엇인지부터 알게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가르쳐야 하고 폭력을 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해자가 비록 부모님 또는 선생님이라 해도 도움을 요청해야 함을 제대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아동에 대한 폭력은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 엄마를 신고한 아이에게 손가락질 할 상황이 아니다.
 
소풍을 가고 싶다던 아이, 새엄마가 낯설어 그저 소심하게 반항했을 아이. 믿을만한 어른 하나 없이 냉가슴 앓았을 그 아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가슴에 묻는다. 남의 집 일인데 간섭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던 가슴. 피자배달 전화번호는 외워도 아동학대신고전화는 외우지 못했던 그 가슴, 우울하게 웅크린 아이를 보면 내 아이와 같은 반이 될까 내심 두려웠던 가슴, 아이들에게 이토록 폭력적인 세상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이 무딘 가슴에 묻는다. 더 이상 학대로 죽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묻는다. 아이들의 피를 먹지 않아도 정책이 자라나고 재정적 지원도 확보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묻는다. 그리고 더 많은 어른들이 이 아이들을 기억하고 마음 한 편에 함께 묻어주길 바래본다. 아이들이 학대로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세상이지만 아이들을 가슴에 품은 어른들이 늘어난다면 최소한 맞아 죽는 아이가 없는 세상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아동학대신고전화: 1577-1391 ]
 
아동폭력예방사업 및 피해아동후원: 1588-1940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1948년부터 65년간 어린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국내외 어린이 5만 5천여 명을 돕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동권리옹호와 관련한 캠페인 및 교육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어린이재단의 대표 상징인 ‘초록우산'은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사랑으로 보호하고 도와줄 친구’라는 뜻이다. 태명후원 캠페인에 참여하면 아프리카 아동들의 생활 개선을 위한 식수·교육·의료 지원 사업을 후원할 수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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