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장진모 기자 ]
미국 연방 상원이 21일(현지시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차단하는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기 위한 절차표결의 가결 정족수를 현행 60표(정원 100명)에서 51표로 낮추는 법안을 찬성 52, 반대 48표로 처리했다.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이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의원들이 연단에서 장시간 발언을 지속함으로써 법안 상정이나 공직자 인준 청문회 등 의사진행을 합법적으로 저지하는 행위다. 과거엔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표결 정족수가 3분의 2였으나 1975년 5분의 3으로 완화됐으며 이번에 대폭 완화된 것이다.
민주당이 현재 상원에서 55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은 앞으로 단독으로 공직자 인준 절차를 막을 수 없게 됐다. 한국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의 5분의 3 찬성 조항으로 인해 쟁점 법안을 처리할 수 없는 ‘식물국회’로 전락한 상황에서 한국이 따라한 미국은 되레 소수당의 횡포를 차단하는 쪽으로 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대통령의 인사권이 더 막강해졌다”며 “대통령과 상원을 지금처럼 같은 당이 장악하면 소수당의 지지를 얻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규정을 바꾼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 인준안 등이 공화당의 저지로 처리가 지연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소모적인 정치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5년간 상원 인준 과정에서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절차표결을 겪은 고위 공직자는 79명으로 부시 행정부 8년간 38명의 두 배가 넘는다. 또 내년 중간선거와 2016년 대선 전까지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표결 후 성명에서 “지금껏 단 한 명의 상원의원 혹은 몇몇 상원의원이 절차적인 전술을 이용해 초당적으로 합의된 법안이나 능력 있는 공직 후보자의 인준안을 막아왔다”며 이를 환영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라마 알렉산더 공화당 의원(테네시주)은 “다수당이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며 소수당의 권리를 철저히 무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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