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면허제 도입 논란] '주꾸미 라면' 인기에 어민들 한숨 "낚싯배가 중국어선만큼 무서워"

입력 2013-11-22 21:04  

어업 피해 어떻길래

치어 싹쓸이…어획량 갈수록 '뚝'
어선들 낚싯배로 전환 잇달아
어업인 수도 해마다 줄어



[ 김우섭 기자 ]
경남 거제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무인도인 ‘소다포도’. 이 섬은 일년 내내 절벽 위에 올라서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낚싯배에 1인당 2만원만 내고 섬으로 들어가 돔 우럭 등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인다. 이 섬은 낚시가 금지된 지역이다. 남해안 지역 희귀 동식물이 많이 살고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낚시는 근절되지 않는다. 피해를 입는 인근 어민들의 민원이 있어도 해양경찰청의 단속은 간헐적으로 이뤄질 뿐이다. 라인철 해양수산부 어업자원정책관은 “일부 낚시꾼은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음을 틈타 낚시를 하고 있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어획량 계속 줄어든다

한국 어촌이 신음하고 있다. 낚시인구가 700만명 시대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해가는 동안 어업인 수는 해마다 줄어 지난해의 경우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저인 15만1000명에 그쳤다.

오광석 해수부 자원관리과장은 “낚시꾼들의 남획으로 어획량이 감소하자 이를 견디지 못한 어선들이 낚싯배로 전환하고, 이것이 다시 어획량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충남 보령 오천항이다.

지난 17일 오전 6시 항구 주차장은 수십 대의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북새통을 이뤘다. 9~11월이 제철인 주꾸미 낚시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이다. 조정호 보령시청 해양수산과 주무관은 “주말에는 보통 3000여명, 평일에는 1000여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며 “최근 태안 보령 등 서해안 포구는 낚시 인파로 미어터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어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오천항에서 32년째 어업을 하는 김진만 씨(67)는 “낚시꾼들이 알에서 막 나온 주꾸미 치어를 모조리 잡아가는 바람에 다 큰 주꾸미의 어획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나가봐야 기름값도 건지지 못해 출항을 포기하는 어민도 상당수”라고 토로했다.

어민 울리는 ‘주꾸미 라면’

실제 서해안 일대에는 2~3년 전부터 주꾸미 낚시 인파가 줄을 잇고 주꾸미 치어를 배 위에서 끓여 먹는 ‘선상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어민들의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주꾸미 어획량은 2007년 6828t에서 2011년 2596t으로 4년 새 61.9%나 줄었다. 올해 1~9월까지 생산량은 1667t으로 전년 같은 기간(2960t)보다 43.7% 줄었다. 비슷한 어종인 낙지 어획량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500~7000t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주꾸미 급감은 이례적이다.

이는 어민들의 손실로 직결된다. 주꾸미 어업생산액은 2009년 520억원에서 2011년 381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생산액이 542억원으로 늘었지만 이는 주꾸미 가격이 폭등하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성준 오천항 어촌 계장은 “주꾸미 씨가 마르면서 조업을 포기하고 낚싯배 영업으로 전환한 어민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주꾸미 어획량 감소는 무분별한 낚시와 관련이 깊다. 권대현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이 조사한 ‘태안·보령 지역의 주꾸미 낚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주꾸미 낚싯배를 탄 사람은 13만6814명에 달했다. 이들이 잡은 주꾸미 수는 920만마리로 태안·보령 지역 지난해 전체 주꾸미 어획량(4708만마리)의 19.5%였다. 권 연구원은 “이들이 어린 주꾸미를 마구 잡아들이는 바람에 본격 조업철인 3월에도 주꾸미를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9~11월 태안·보령 지역에서 한 사람이 잡아가는 주꾸미는 5~20㎏ 정도. 보통 1인당 6만~8만원만 내면 하루 종일 주꾸미를 잡을 수 있고, 성어기에는 바닥에 낚싯줄을 내리기만 하면 바로 잡히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예매 사이트까지 생겨 너도나도 오는 추세다.

국립공원에서도 불법낚시

낚시 지역의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낚시인들이 버린 납추나 낚시쓰레기들이 해안가나 강가에 넘쳐난다. 심지어 국립공원 안에서 불법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남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 절벽에 텐트를 쳐놓고 낚시하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승선정원 초과와 과도한 음주 등 불법 낚싯배 운영도 문제가 된다. 낚싯배 등록 대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태안지역에서 낚시어선의 불법행위는 2010년 37건, 2011년 42건, 지난해 48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해경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특별 단속을 실시한 결과 음주운항 3척, 승선정원 초과 3척, 미신고 영업행위 4척 등 14건이 적발됐다.

특히 주말과 휴일, 관광객을 태운 낚시어선 선주의 음주운항과 승선정원 초과 탑승 등은 인명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선장들의 음주운항은 2010년 3건, 2011년 2건, 지난해 5건, 올해 9월까지 5건 적발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경과 합동으로 매년 특별 단속을 실시하지만 지역이 워낙 넓어 현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낚시인들의 자율적인 노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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