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두루미도 날게 만든 '기쁨의 샘'에서 힐링을…

입력 2013-11-25 06:58  

세계여행

日 규슈 사가현 온천여행



[ 유연태 기자 ] 찬바람이 불면 따뜻한 온천이 그리워진다. 일본 규슈 북서부에 있는 사가현에는 수질 좋은 온천이 많다. 우레시노, 다케오, 후루유 온천은 일본 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온천관광지다. 온천뿐만 아니다. 사가현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열기구 축제가 열리는 활동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일본 3대 온천의 하나인 우레시노온천

일본인 사이에서도 힐링 여행지로 손꼽히는 사가현은 ‘번영’이라는 뜻을 담은 곳으로 10개의 시(市)와 13개의 정(町)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가현은 예전부터 온천과 차 문화로 번성을 누린 고장이다. 사가현의 우레시노온천 지대는 일본의 3대 온천 중 하나로 손꼽혀 날이 추워지면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우레시노로 들어서면 ‘기쁨의 샘’에 관한 전설을 먼저 대한다. 옛날 진구왕비가 전쟁을 마치고 귀환하다가 우레시노에 당도했을 때 지친 두루미 한 마리가 강에서 몸을 담근 후 힘차게 날아오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부상병들도 우레시노 강물에 목욕을 하자 상처가 말끔히 치유됐다. 왕비는 기쁨에 젖어 ‘우레시노(기쁘구나)’라고 외쳤다. 그 한마디가 바로 마을의 지명으로 굳었다고 한다.

우레시노는 미인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온천수는 나트륨이 많은 중조천(重曹泉)이어서 질병 치료는 물론 부드럽고 윤이 나는 피부를 되찾아 준다고 한다. 중조천은 물 1㎏ 속에 고형 성분이 1000㎎ 이상 들어 있으며 탄산수소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온천이다.

우레시노를 관통해서 흐르는 우레시노강 주변으로 50여곳의 온천탕이 들어서 있다. 마을 중심 거리에 있는 ‘시볼트의 족탕’은 유서 깊은 관광지이다. 일본에 서양의학을 전파한 독일의사 시볼트가 이 마을에 들렀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천 족탕이다. 여행객은 물론 마을 주민들이 족탕을 즐기는 동안 근처 찻집에서 예쁜 찻잔에 담은 차를 내온다.

차의 역사도 깊다. 우레시노 마을 곳곳에서 싱그러운 차밭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큰 차나무’는 우레시노 차의 선조인 요시무라 신베어가 재배한 것으로 수령이 350년에 이른다고 한다. 이 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중국에서 차를 수입해 약으로 사용하거나 온천수에 넣어 건강을 유지해왔다. 차를 목욕과 더불어 즐기는 발상이 기발하고 슬기롭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묵은 와라쿠엔 료칸

우레시노의 여러 온천 시설 중에서 강가에 위치한 와라쿠엔(warakuen.co.jp)은 본관 객실 40실, 노천온천이 딸린 객실이 10실인 대형 숙박시설이다. 대욕장 다키미노유는 폭포를 바라볼 수 있는 탕으로 일본 정원에 둘러싸여 있다. 노천온천탕도 당연히 설치되어 있다.

또 하나 와라쿠엔의 특이한 시설은 녹차온천탕. 노천탕 주변에는 돌 주전자가 하나 놓여 있다. 비스듬히 놓인 주전자 입구를 통해 녹차 추출물이 탕으로 흘러든다. 우레시노 녹차를 온천수에 섞는 것이 이곳의 인기 비결이다. 온천욕을 하는 동안 은은한 차향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꿈처럼 달콤한 휴식. 디톡스 여행의 진수를 체험하는 순간이다.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 료칸에 다녀갔다. 와라쿠엔은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전통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어 개별 온천체험도 가능하다. 저녁식사로 사가현의 별미인 소고기구이와 신선한 해산물, 온천탕두부 등을 맛보게 된다.

규슈올레 걷고 온천욕도 즐기고

우레시노시 바로 위쪽의 다케오시는 12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마을이다. 1300년 전의 ‘히젠 풍토기’에 온천의 이름이 등장한다. 아곳 온천의 문루는 주홍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사가현 출신으로 도쿄역을 설계한 건축가 다츠노 긴고가 설계했다. 다케오온천 신관도 다츠노가 설계한 건물이다. 모토유, 호라이유, 사기노유 등 세 곳이 대중 온천욕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온천욕을 하기 전에 규슈올레 중 하나인 다케오 코스(총 14.5㎞, 난이도 중)를 걸어보는 것도 괜찮은 여행법이다. 다케오역에서 출발, 정갈한 도심 주택가를 지나 시라이와 운동공원에서 울창한 대나무 숲과 상록수림이 우거진 숲길로 이어진다. 숲길 끝에는 기묘지 절이 위치한다. 규모는 작지만 정취가 아름다운 절집인데, 규슈올레를 걷는 이들에게 차를 무료로 주기도 한다. 절집을 나서 호수를 지나면 급경사의 산길이 시작된다. 어려운 A코스와 쉬운 B코스로 나뉘어져 있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산에서 내려와 도심으로 향하는 길은 힘들고 지루하다 싶지만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다케오신사 내에서 오른쪽으로 200m 정도 이어진 오솔길을 걷노라면 돌연 숲을 에워싼 삼나무와 대나무 숲이 시야를 내어준다.

그 끝에 서 있는 거대한 녹나무 한 그루! 수령이 무려 3000년에 달한다고 한다. 야요이시대가 시작될 무렵부터 지금까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 자체로 ‘나무의 신’이라 할 만하다. 나무 안에는 신단까지 차려져 있다. 이와 비슷한 수령의 녹나무를 뒤이어 다시 만나게 된다. 나무줄기의 속으로 들어가볼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요즘 ‘파워 스폿’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기(氣)’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 강한 기를 받고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안식을 얻는 여행이다. 제법 힘든 길이지만 이 나무 앞에 서면 그 모든 상념이 사라지고 뭔가 새로운 기운이 몸 안에 충만해진다. 게다가 길 끝에는 온천욕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잖아도 유명한 다케오온천이다. 올레를 걷고 난 후에 탕 안에 몸을 담그는 그 달콤함은 오래도록 기억된다.

사가현=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naver.com

여행팁

사가현(welcome-saga.kr)이 인천에서 1시간대 여행지로 성큼 다가섰다. 다음달 20일부터 티웨이항공이 사가현에 주 3회(수, 금, 일요일) 왕복 운항하게 된 것이다. 인천 출발은 오후 2시50분, 사가 출발은 오후 5시10분이며 1시간20분 걸린다. 후쿠오카시를 경유할 경우 하카타 역에서 사가 역까지 JR나가사키본선 특급으로 약 37분 걸린다. 우레시노로 곧장 가려면 하카타 버스터미널에서 우레시노행 버스를 탄다. 다케오온천역을 경유, JR우레시노온천 버스센터까지 1시간 30여분 소요된다. 사가현의 별미로는 우레시노시의 온천탕 두부, 다케오시의 로몬버거(생선을 갈아서 빵가루를 묻혀 튀긴 후 야채와 함께 빵에 넣어 만든 햄버거), 사가시의 어패류 요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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