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라이프치히 음악기행 <2>
바흐가 칸토르로 있던 성 토마스교회엔
음악 천재가 썼다는 오르간이 한켠에
소년 합창단의 성가엔 경건함 물씬
구시가지 광장엔 학생들의 밴드 연주
아름다운 음악에 마음을 열고 …
[ 문유선 기자 ] 여행팁
인천에서 독일 라이프치히까지 직항노선은 없다. 인천에서 직항을 운항하는 독일 주요 도시(뮌헨, 베를린,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시내 중심부는 영어 소통이 원활한 편이지만 사회주의 체제하에 살았던 나이 많은 세대나,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는 소통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통화는 유로를 사용한다.
게반트하우스에서 열리는 공연 일정은 홈페이지(gewandhaus.de)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일어 열람만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음악가와 공연 내용을 알아보기에는 별 무리가 없다. 바흐 뮤지엄은 월요일에 휴관한다.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연말 당일도 휴관한다. 내년 1월6~10일에는 리노베이션 관계로 임시 휴관한다. 관람 가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독일관광청 홈페이지(germany.travel)를 통해 라이프치히에 관한 더 많은 여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라이프치히가 유독 아름다운 도시로 각인된 이유는 거리 곳곳에서 흐르는 음악 때문이다. 공기 가득 음표로 채워져 있다가 어느 한 귀퉁이가 ‘톡!’ 하고 터져 선율이 흐르면 도시는 리듬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라이프치히는 여행자에게 음악으로 속삭이는 아름다운 도시다. 부드러운 자극에 금세 중독된 여행자는 음악과 관련된 것 외에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도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자유와 음악의 도시 라이프치히를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떠다녔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도시
베를린 남서쪽에 있는 라이프치히는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중세부터 상업도시로 발전했다. 돈이 돌면 어디든 예술과 문화가 따라 발전하기 마련이다. 성공한 상인들은 예술가들을 후원했고 예술가들은 후원을 바탕으로 수많은 작품을 창작했다. 이 시기 라이프치히에는 27년간 교회의 테두리 안에서 마치 신의 음성을 오선지에 옮기듯 교회음악 창작에 몰두한 음악가가 있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다. 라이프치히시는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가 죽자 후임으로 바흐를 임명했다.
칸토르란 사전적 의미로는 성가를 부를 때 선창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당시에는 교회 음악을 작곡하고 지휘하는 음악감독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일컬었다. 1723년, 바흐는 라이프치히시 당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가 됐다. 당시 라이프치히의 문화는 대학과 교회를 시발점으로 번성했던 만큼 교회의 칸토르인 바흐는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라이프치히로 이주해 온 이후부터 바흐는 수많은 종교음악을 작곡했고 대작을 왕성하게 창작하는 예술가로서 가장 정력적인 시기를 맞았다. 서른여덟 살에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가 된 바흐는 죽는 날까지 라이프치히에 머물며 마태수난곡과 마니피가트를 비롯한 300곡 이상의 교회 칸타타를 작곡, 발표했다.
바흐의 무덤, 성 토마스 교회
라이프치히 구시가지의 중심에 우뚝 선 성 토마스 교회는 1212년에 짓기 시작해서 1496년 완공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성 토마스 교회에서 열리는 공연을 위한 마니피가트의 리허설이 한창이다.
바흐가 칸토르로 있던 교회에서 그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경험이다. 물론, 리허설이라서 연주가 이어지지 않고 지휘자에 의해 중간중간 끊기긴 한다. 바흐의 교회에서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새삼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삶이 막연히 부러워 리허설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바흐의 마니피카트를 배경음악 삼아 교회 내부를 둘러보았다.
바흐가 작곡할 때 주로 썼다는 오르간을 바라보며 그가 고뇌했을 순간들을 상상했다. 어쩌면 그에게 고뇌의 시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바흐는 정말 이 오르간 앞에서 신의 소리를 오선지 위에 들리는 그대로 옮겨 적었는지도 모른다. 라이프치히 시기에 바흐가 작곡한 대부분의 곡은 성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됐다.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가 종신서원을 하고 설교한 유서 깊은 곳이지만 이곳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더 큰 이유는 바흐의 유해가 안치돼 있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을 성실함으로 증폭시킨 천재를 사랑하는 많은 관광객들은 교회 내부에 있는 그의 무덤에 꽃을 바치며 음악가로서 그의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성 토마스 교회의 또 하나의 자랑은 1212년 창단한 성 토마스 소년 합창단이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 합창단이 매주 금·토·일요일에 성가를 부른다는 얘기를 듣고 때맞춰 교회를 찾았다.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가 숨을 죽이고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린다. 9~19세의 소년 100여명이 지휘자의 두 손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집중하는 모습이 사뭇 경건하다. 모두의 침묵을 깨고 바흐가 작곡한 성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경건하며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성가를 듣는 동안 살아있음에, 들을 수 있음에 무한한 감사와 경의를 표하면서 초월적 존재와 더 깊은 사랑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천상의 소리’라는 해묵은 표현이 실체로 다가와 온몸 구석구석 혈관을 타고 퍼지는 기분이다. 성 토마스 교회 앞에는 바흐의 동상이 있다. 동상은 바흐가 죽은 뒤 흩어진 그의 악보를 수집하고 공연하며 바흐를 재조명한 작곡가 멘델스존이 바친 것이다. 동상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바흐의 기록을 온전히 보존한 바흐박물관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바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다. 1701년 성 토마스 학교의 학생 20여명이 결성한 합주단으로 시작해 징슈필(독일어로 ‘노래의 연극’이라는 뜻)을 창시한 요한 아담 힐러가 지휘를 맡으면서 체계를 갖추고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연주에 대한 호평과 수요를 바탕으로 당시의 직물회관에서 정기 연주회를 갖기 시작했고, 이것이 발전해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됐다. 우리가 잘 아는 작곡가 멘델스존과 독일의 피아니스트 카를 마이네케, 독일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쿠르트 마주어 등이 상임지휘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이탈리아 출신의 명지휘자 리카르도 샤이가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본거지인 ‘게반트하우스’는 독일어로 직물회관이라는 뜻이다. 직물회관에서 정기 연주회를 청탁한 상인들과 요한 아담 힐러의 지휘 아래 모인 민간 합주자들이 모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오케스트라를 탄생시킨 것이다. 아우구스투스 광장에 우뚝 선 게반트하우스에서는 매일 공연이 열리며 유명한 연주자의 공연이 아니더라도 싼 가격에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게반트하우스 안에 있는 음반가게에 들러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클래식 음반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공연을 보기 힘든 여건이라면 음반가게에서 구입한 CD 한 장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 분수와 사람들을 구경하며 볕을 쬐는 것도 라이프치히를 운치 있게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다. CD플레이어는 라이프치히의 음악여행을 알차게 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게반트하우스에서 걸어서 10분 걸리는 그라시박물관 내의 악기 박물관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5000여점의 악기를 전시한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챔발로, 클라비코드, 하프시코드, 스피넷 등의 건반악기와 1720년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최초의 피아노를 비롯해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다양한 악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큐레이터의 연주를 통해 실제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꼭 들러볼 것을 권한다.
라이프치히 거리 구석구석에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언제나 가득하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듣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단면이며 그래서 도시는 여유롭고 감성적이며 맑은 기운이 가득하다. 고등학생 브라스 밴드가 구시가지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악기를 조율하기 시작한다. 음악의 도시에서 감상하는 마지막 공연에 귀와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남긴 채 도시를 떠날 시간이다.
라이프치히(독일)=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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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 음악기행 <2>
바흐가 칸토르로 있던 성 토마스교회엔
음악 천재가 썼다는 오르간이 한켠에
소년 합창단의 성가엔 경건함 물씬
구시가지 광장엔 학생들의 밴드 연주
아름다운 음악에 마음을 열고 …
[ 문유선 기자 ] 여행팁
인천에서 독일 라이프치히까지 직항노선은 없다. 인천에서 직항을 운항하는 독일 주요 도시(뮌헨, 베를린,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시내 중심부는 영어 소통이 원활한 편이지만 사회주의 체제하에 살았던 나이 많은 세대나,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는 소통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통화는 유로를 사용한다.
게반트하우스에서 열리는 공연 일정은 홈페이지(gewandhaus.de)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일어 열람만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음악가와 공연 내용을 알아보기에는 별 무리가 없다. 바흐 뮤지엄은 월요일에 휴관한다.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연말 당일도 휴관한다. 내년 1월6~10일에는 리노베이션 관계로 임시 휴관한다. 관람 가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독일관광청 홈페이지(germany.travel)를 통해 라이프치히에 관한 더 많은 여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라이프치히가 유독 아름다운 도시로 각인된 이유는 거리 곳곳에서 흐르는 음악 때문이다. 공기 가득 음표로 채워져 있다가 어느 한 귀퉁이가 ‘톡!’ 하고 터져 선율이 흐르면 도시는 리듬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라이프치히는 여행자에게 음악으로 속삭이는 아름다운 도시다. 부드러운 자극에 금세 중독된 여행자는 음악과 관련된 것 외에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도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자유와 음악의 도시 라이프치히를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떠다녔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도시
베를린 남서쪽에 있는 라이프치히는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중세부터 상업도시로 발전했다. 돈이 돌면 어디든 예술과 문화가 따라 발전하기 마련이다. 성공한 상인들은 예술가들을 후원했고 예술가들은 후원을 바탕으로 수많은 작품을 창작했다. 이 시기 라이프치히에는 27년간 교회의 테두리 안에서 마치 신의 음성을 오선지에 옮기듯 교회음악 창작에 몰두한 음악가가 있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다. 라이프치히시는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가 죽자 후임으로 바흐를 임명했다.
칸토르란 사전적 의미로는 성가를 부를 때 선창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당시에는 교회 음악을 작곡하고 지휘하는 음악감독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일컬었다. 1723년, 바흐는 라이프치히시 당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가 됐다. 당시 라이프치히의 문화는 대학과 교회를 시발점으로 번성했던 만큼 교회의 칸토르인 바흐는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라이프치히로 이주해 온 이후부터 바흐는 수많은 종교음악을 작곡했고 대작을 왕성하게 창작하는 예술가로서 가장 정력적인 시기를 맞았다. 서른여덟 살에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가 된 바흐는 죽는 날까지 라이프치히에 머물며 마태수난곡과 마니피가트를 비롯한 300곡 이상의 교회 칸타타를 작곡, 발표했다.
바흐의 무덤, 성 토마스 교회
라이프치히 구시가지의 중심에 우뚝 선 성 토마스 교회는 1212년에 짓기 시작해서 1496년 완공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성 토마스 교회에서 열리는 공연을 위한 마니피가트의 리허설이 한창이다.
바흐가 칸토르로 있던 교회에서 그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경험이다. 물론, 리허설이라서 연주가 이어지지 않고 지휘자에 의해 중간중간 끊기긴 한다. 바흐의 교회에서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새삼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삶이 막연히 부러워 리허설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바흐의 마니피카트를 배경음악 삼아 교회 내부를 둘러보았다.
바흐가 작곡할 때 주로 썼다는 오르간을 바라보며 그가 고뇌했을 순간들을 상상했다. 어쩌면 그에게 고뇌의 시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바흐는 정말 이 오르간 앞에서 신의 소리를 오선지 위에 들리는 그대로 옮겨 적었는지도 모른다. 라이프치히 시기에 바흐가 작곡한 대부분의 곡은 성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됐다.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가 종신서원을 하고 설교한 유서 깊은 곳이지만 이곳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더 큰 이유는 바흐의 유해가 안치돼 있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을 성실함으로 증폭시킨 천재를 사랑하는 많은 관광객들은 교회 내부에 있는 그의 무덤에 꽃을 바치며 음악가로서 그의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성 토마스 교회의 또 하나의 자랑은 1212년 창단한 성 토마스 소년 합창단이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 합창단이 매주 금·토·일요일에 성가를 부른다는 얘기를 듣고 때맞춰 교회를 찾았다.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가 숨을 죽이고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린다. 9~19세의 소년 100여명이 지휘자의 두 손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집중하는 모습이 사뭇 경건하다. 모두의 침묵을 깨고 바흐가 작곡한 성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경건하며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성가를 듣는 동안 살아있음에, 들을 수 있음에 무한한 감사와 경의를 표하면서 초월적 존재와 더 깊은 사랑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천상의 소리’라는 해묵은 표현이 실체로 다가와 온몸 구석구석 혈관을 타고 퍼지는 기분이다. 성 토마스 교회 앞에는 바흐의 동상이 있다. 동상은 바흐가 죽은 뒤 흩어진 그의 악보를 수집하고 공연하며 바흐를 재조명한 작곡가 멘델스존이 바친 것이다. 동상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바흐의 기록을 온전히 보존한 바흐박물관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바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다. 1701년 성 토마스 학교의 학생 20여명이 결성한 합주단으로 시작해 징슈필(독일어로 ‘노래의 연극’이라는 뜻)을 창시한 요한 아담 힐러가 지휘를 맡으면서 체계를 갖추고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연주에 대한 호평과 수요를 바탕으로 당시의 직물회관에서 정기 연주회를 갖기 시작했고, 이것이 발전해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됐다. 우리가 잘 아는 작곡가 멘델스존과 독일의 피아니스트 카를 마이네케, 독일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쿠르트 마주어 등이 상임지휘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이탈리아 출신의 명지휘자 리카르도 샤이가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본거지인 ‘게반트하우스’는 독일어로 직물회관이라는 뜻이다. 직물회관에서 정기 연주회를 청탁한 상인들과 요한 아담 힐러의 지휘 아래 모인 민간 합주자들이 모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오케스트라를 탄생시킨 것이다. 아우구스투스 광장에 우뚝 선 게반트하우스에서는 매일 공연이 열리며 유명한 연주자의 공연이 아니더라도 싼 가격에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게반트하우스 안에 있는 음반가게에 들러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클래식 음반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공연을 보기 힘든 여건이라면 음반가게에서 구입한 CD 한 장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 분수와 사람들을 구경하며 볕을 쬐는 것도 라이프치히를 운치 있게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다. CD플레이어는 라이프치히의 음악여행을 알차게 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게반트하우스에서 걸어서 10분 걸리는 그라시박물관 내의 악기 박물관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5000여점의 악기를 전시한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챔발로, 클라비코드, 하프시코드, 스피넷 등의 건반악기와 1720년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최초의 피아노를 비롯해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다양한 악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큐레이터의 연주를 통해 실제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꼭 들러볼 것을 권한다.
라이프치히 거리 구석구석에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언제나 가득하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듣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단면이며 그래서 도시는 여유롭고 감성적이며 맑은 기운이 가득하다. 고등학생 브라스 밴드가 구시가지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악기를 조율하기 시작한다. 음악의 도시에서 감상하는 마지막 공연에 귀와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남긴 채 도시를 떠날 시간이다.
라이프치히(독일)=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