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0%이상 지분을 확보한 종목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주가가 16% 이상 뛴 종목이 있는가 하면 20% 가까이 급락한 종목도 나타났다.
25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석 달 동안 35개 종목의 지분율을 10%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중 공시 당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총 19개. 절반 이상이 미끄러졌다.
그간 공적투자자는 기업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게 되면 단 한 주를 사고팔아도 보고를 해야해 국민연금은 지분을 10% 미만으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8월 ‘10%룰’이 완화되면서 국민연금은 발 빠르게 여러 종목에서 지분을 확장했다.
국민연금 투자실력 성적표는 현재 ‘울상’에 더 가깝다. 국민연금을 좇아 주식을 매수한 일부 투자자들도 손실을 면치 못하게 됐다.
하락폭이 가장 큰 종목은 NHN엔터테인먼트. 국민연금은 11만6000원일 때 NHN엔터 지분을 10.24%로 늘렸다. 현재 주가는 9만원대로 떨어져 18.45% 하락했다. 한 달 사이에 332억원이 날아갔다. 지분율이 각각 10.14%, 10.77%인 하나투어와 LG상사도 하락폭이 10% 안팎이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 중 국민연금 지분율 상위 기업은 삼성물산, 만도, 제일모직 등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국민연금의 전체 투자 종목 중 지분율이 가장 높지만 주가 성적은 신통치 않다. 삼성물산은 국민연금이 유일하게 12% 넘게 지분을 취득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는 2.79% 떨어졌다. 지분 11.16%를 확보한 제일모직 역시 5.66% 하락했다.
반면 만도 주가는 16.80% 상승해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SBS와 한솔케미칼, 코스맥스, 유니퀘스트 순으로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화학업종에서만 8개 종목을 사들이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들 성적도 엇갈렸다. 애경유화(-13.46%)를 비롯해 한국콜마, 제일모직, 코오롱인더, 유니드 등 5개 종목이 떨어졌다. 반면 13% 이상 급상승한 한솔케미칼 등 SKC와 코스맥스 등은 상승세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보유 주식을 통해 업종 매매 전략에 대한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목의 밸류에이션이나 실적에 의해서 주가가 움직이기 때문에 연기금이 지분을 늘렸다고 해서 무조건 주가가 뛸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NHN엔터의 경우 주력업종인 PC게임과 모바일게임에서의 실적 부진이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연기금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의 매력이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은 매몰차게 등을 돌린다는 것. 반면 만도는 수익성 개선이 동반된 외형성장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고속질주 중이다.
임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10%룰’이 완화된 뒤 금융주 비중을 높이고 있고 필수소비재 종목이 증가했다”며 “한국 내수 경기가 바닥을 통과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쇼핑’이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비중을 늘린 금융과 내수주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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